소탐대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가네포」(신생국 경기대회)에 북괴 권투선수로 출전, 지난 7일 주「캄보디아」일본대사관으로 정치적인 망명을 요청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채 현지경찰에 억류된 김귀하씨의 신병인도를 위해서 외무당국은 여러모로 힘을 쓰고 있는 듯 하다.
「프로·복서」로 이름 있던 김 선수는 처자를 일본에 둔 채 생계비를 대어준다는 조련계의 양두에 속아 지난 4월 이른바 북송의 구육을 택했던 것인데 불과한 해가 못되어 일신의 안위를 건 탈출을 결심하기에 이르렀으니 그 생지옥상이 어떠한 것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김 선수의 일본인 부인「안도」여사는 14일「캄보디아」정부관사들에게 남편의 구출을 직접 호소하고자「프놈펜」으로 떠난다고 한다. 이에 앞선 12일 저녁에는 주일한국대사관에서 우리 특파원들과 만나『아이들이 둘이나 있으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북한에 돌아가지 못하게 해달라』고 울며 호소하더라는 얘기도 전한다. 아내된 처지로는 남편과의 사별도 차마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겠거늘 하물며 생이별이 될지도 모를 고비에서의 심정이야 오죽하랴.
이 일도 따지고 보면 현지 우리 총령사관의 미흡했던 활동에 안타까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보다도 더 근본적인 원인은 마치 봇도랑에 든 황소처럼 동서의 틈을 가려는 일본외교의 간사한 이중성에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언필칭 정경분리의 원칙을 내세우기를 잘한다. 몸은 자유진영에 기대고서 공산권과도 실속 차리기에 빈틈이 없다. 언뜻 보기에 그것처럼 영리한 노릇도 없을지 모르지마는 약빠른 고양이가 밤눈 어두운격이다.
인간의 생명, 자유와 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 또는 이동, 거주의 자유 등은 지금 인류가 지향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요 자유이거늘 그들이 목전의 이를 소탐하다가 나라의 신의를 저버려 국제사회의 고아가되는 대실의 우를 범치 않기 위해서라도 김 선수 일에는 적극적인 성의를 보여야할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