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인 205명 자료집 '시인의 초상' 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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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대구는 시(詩) 의 도시다.타지 사람들로선 억센 사투리를 쓰는 그 곳 사람들의 마음 어디에 그토록 아름다운 시심이 숨어있었을까 의문이 들겠지만 대구의 시 사랑은 유별나다. 1948년 이상화 시인의 시비를 달성 공원에 세우며 국내 최초로 현대 시인의 시비를 건립한 도시가 대구다.

그런 대구사람들이 이상화.이장희 시인을 포함해 대구에서 활동한 시인 2백5명의 사진과 육필시,약력 등을 모은 8백여쪽짜리 책을 펴냈다. 제목은 『시인의 초상』(만인사,5만원) 으로 지역 시인협회로선 최초로 이런 자료를 펴낸 것이다.

대구시인협회는 대구 시문학 80년을 기념해 지난해부터 이 자료집을 준비해왔다. 협회가 대구 시문학 80년의 기점으로 삼은 해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인이 『백조』에 시를 발표하고 등단한 1922년이다.

편집 실무를 맡은 박진형 시인은 "여러 시인들과 작고 시인의 가족에게 연락을 돌리고 사진을 구하면서 우리가 우리 문학계의 가장 기초적인 작업을 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자료집에 실린 사진은 1천7백여장. 활동시기별로 1920년대 이상화.이장희, 50년대 김춘수.신동집.도광의, 70년대 이후 이하석.이태수.이성복 시인 등 추려내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시인들이 많다.

대구시협 박정남 회장은 "대구의 시 속에는 한국시를 대표하는 산봉우리가 여기저기 우뚝우뚝 솟아있다"며 "어떤 분은 민족적 저항시인이고 어떤분은 치열한 모더니즘 시인이지만 한결같이 시에 대한 순결성과 우리말에 대한 끈질긴 탐구, 시정신으로 현실을 읽어내는 눈을 가졌다"고 평했다.

대구의 시인들은 너나없이 팔공산과 대덕산에 오르고, 또 대구를 둘러 흐르는 금호강과 신천 가를 술에 취해 거닐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대구 시인들의 좌장격인 이태수 시인은 "대구 사람들의 기질은 도시적이고 배타적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지만 전통적으로 신라.가야 문화와 조선조 유교 문화의 핵심인 영남학파의 영향으로 시문학을 숭상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강력한 정치 성향을 정화하고 씻어내는 데 아무래도 시심이 제격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대구의 시인들이 이룩한 시적 성취에 비해 소설쪽이 상대적으로 기우는 것도 시에 경도된 대구를 설명하는 한 요소다.

70년대 이후 대구에 시인들이 수적으로 많이 배출된 데는 시인들이 교사로 있으면서 문학 서클을 지도해 온 개성고.대륜고.대건고 등 몇몇 고교가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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