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브라질에 고로 제철소 가동 … 한국 철광신화 재현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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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주(왼쪽) 동국제강 회장이 2012년 7월17일 브라질 제철소 CSP 기공식에서 세아라(Ceara)주 시드 고메즈(Cid Gomes) 주지사와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동국제강]

2007년 11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룰라 당시 브라질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브라질에 고로(高爐) 제철소를 짓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만이 보유하고 있는 고로 제철소를, 그것도 남미에 짓겠다는 그의 선언은 선뜻 믿기 어려운 것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동국제강은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현재 브라질 CSP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원자재가 풍부한 브라질에서 쇳물을 부어 만든 기본 철강재를 한국으로 보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결실을 맺게 되면 동국제강은 이를 가공한 최고급 철강제품을 지금보다 더 경쟁력 있는 가격에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성장 잠재력이 큰 남미 시장을 선점한다는 의미도 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 국가이면서도 철강(조강) 생산량은 4000만t으로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특히 CSP 제철소 건설이 진행 중인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는 상대적으로 산업발달이 낙후된 지역이라 동국제강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철강 신화를 브라질에서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지역사회의 발전은 물론, 브라질과 국내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국내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동국제강 인천제강소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700억원을 투입해 탄소 배출을 줄인 친환경 고효율 전기로 제강시설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에코 아크 전기로’ 방식의 혁신 제강법을 도입했다. 포항에 이어 2010년에는 당진에 최신 후판 공장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이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당진 공장에서는 조선용 고강도 온라인 가속 열처리 후판(TMCP), 라인파이프용 후판, 압력용기용 후판, 내식성 후판, 해양구조물용 후판, 초고강도 구조강 등 고기능성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포항 중앙기술연구소 등에서 매년 30여 종의 신규 후판 제품을 개발하는 등 신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전통도 갖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주력 사업장을 부산에서 포항으로 이전할 때도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당시 부산을 떠날 수 없었던 근로자들을 위해 부산에 또 다른 공장을 인수해 운영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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