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된채 태어난 여아,3년만에…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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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 의료진이 HIV 바이러스(에이즈 유발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아를 완전히 치료했다고 발표했다. HIV에 감염된 신생아의 완치 사례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스홉킨스대 아동의료센터 데보라 퍼사드 교수는 3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학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태어나 현재 2년6개월 된 여아에게 출생 직후 복합적인 약물치료를 실시한 결과 ‘기능성 치료(functional cure)’가 이뤄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기능성 치료는 혈액 내 바이러스 수치가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낮고, 별도의 치료 없이도 면역 반응이 비감염자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에이즈 치료가 인정된 사례는 2007년 유전적으로 HIV 바이러스에 저항력이 있는 기증자로부터 골수 이식을 받은 성인 남성 보균자 1명밖에 없었다.

 이 여아는 2010년 가을 미시시피에서 미숙아로 태어났다. 산모가 HIV 바이러스 보균자였지만, 본인이 이를 몰랐기 때문에 임신·출산 중 별도의 처치를 받지 않았다. 이에 미시시피 의대 의료진은 아이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생후 31시간 만에 세 종류의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생후 18개월째에 갑자기 보호자가 아이의 치료를 중단했다가 5개월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보통의 감염자는 약을 끊으면 즉각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지기 마련이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반대였다. 바이러스의 자가 복제를 통한 증식이나 활동이 전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신생아의 면역 체계에는 성인과 다른 특수성이 있을 수 있다”며 출생 직후 공격적 약물 치료가 바이러스를 생산하는 ‘저장소’의 생성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의료진의 이론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의약계는 이번 연구가 보균 신생아 치료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11년 한 해에만 세계적으로 영아 33만 명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유지혜 기자

◆ 에이즈(AIDS) 치료 전쟁

1984년 레트로바이러스 발견, HIV 바이러스로 명명

1987년 치료제 개발

1996년 가정용 AIDS 진단기 출시

1997년 신약 HAART 출시(미국 AIDS관련 사망 47% 감소)

2007년 골수이식 통한 첫 성인 완치(일명 베를린 환자)

2011년 감염률을 39% 낮춰주는 여성용 젤 타입 신약 등장

2013년 보균 신생아 완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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