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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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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대만 도류구장에서 열린 WBC 한국대표팀과 대만 군인올스타의 경기에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대표팀 타선의 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전력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연막전을 폈다”는 평가도 있다. [도류(대만)=이호형 기자]

실력이 안 나오는 것일까. 실력을 감추는 것일까. 역대 최강이라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타선이 심상치 않다. 대표팀은 지난달 28일 대만 도류구장에서 열린 대만 실업올스타와의 평가전에서 2-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타선은 7안타를 때려냈지만 집중타가 부족했다. 대표팀은 전날 대만 군인올스타와의 평가전에서는 0-1로 졌다. 베스트 멤버가 총출동했지만 3안타에 그치며 아마추어 팀에 완봉패를 당했다.

 이번 대표팀 라인업에는 이대호(31·일본 오릭스)·이승엽(37·삼성)·김태균(31·한화) 등 대한민국 대표 타자들이 함께 나섰다. 또 중심 타선 앞에는 이용규(28·KIA)·정근우(31·SK) 등 빠르고 영민한 타자들, 뒤에는 최정(26·SK)·강정호(26·넥센) 등 펀치력 있는 타자들이 포진돼 짜임새도 좋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치른 여섯 차례 평가전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걱정 많았던 마운드는 평균자책점 0.83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은 경기당 2.17점을 뽑는 데 그쳤다. 평가전 성적 2승1무3패다.

 일부 전문가는 “첫 경기(2일 네덜란드전)를 눈앞에 두고 큰일 났다”며 걱정하고 있다. 한두 타자가 부진한 게 아니라 대부분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정작 선수들은 자신감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 2006년 대표팀 에이스였던 박찬호(40) JTBC 해설위원은 “연습경기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것 같다. 2006년 대표팀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았지만 실전에서 잘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평가전 성적은 대회 결과와 별 상관없었다. 2006년 평가전에서 부진했던 이승엽은 WBC 대회에서 타율 0.333, 5홈런(1위), 10타점(1위)을 기록하며 한국의 4강 주역이 됐다. 2009년 평가전 때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던 이대호도 대회에선 타율 0.278, 5타점을 기록했다.

 이승엽은 “2월 타격감이 100%라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다들 훈련과 경기를 통해 몸 상태가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표팀 중심 타자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라 평가전 때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B조의 최대 경쟁국인 대만이 한국 대표팀 전력을 탐색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 대표팀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도 평가전 성적이 좋지 않다. 일본은 26일 일본 프로팀 한신과의 경기에서 3안타에 그치며 0-1로 졌다. 대만은 27일 한국 프로팀 NC에 2-5로 패했다. 일본과 대만 역시 전력 약화를 걱정하는 듯하면서 진짜 실력을 감추고 있는 느낌이다.

글=김우철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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