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월드컵 준비 최선 다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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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햇살은 정말 눈이 부셨다. 힘차게 출렁이는 동해의 파도를 헤치고 솟아오른 새해 첫 태양. 살을 에는 찬 바람 속에서 가슴 깊숙이 받아들인 그 태양의 따스함이 오히려 시리도록 절절히 느껴진 이유는 해맞이 장소가 북한의 금강산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올해 열리는 한.일 월드컵과 부산아시아 경기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1일 금강산에 갔다. 해맞이 전날 필자는 금강산 상팔담에 올랐다. 한국 월드컵 사상 첫골을 기록한 박창선 경희대 감독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른 일행보다 먼저 정상에 이르렀다.

상팔담 꼭대기에 있던 북측의 젊은 여자 환경감시원은 필자에게 따지듯 말했다. "우리(북한)는 민족의 영원한 원쑤(원수) 일본과는 절대 거래를 하지 않디요. 남측은 일본과 무슨 거래관계가 있어 월드컵을 공동으로 하는지 모르지만 우리 북측의 동포들은 절대 일본과 월드컵을 하는 점은 용인 못합네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아! 북한 사람들은 아직 일본을 원수로 여기는구나."

그녀는 이어 "제발 일본에는 지지 말라요. 또 월드컵 잘 치러 통일을 앞당기라요. 그런 뜻에서 악수를 한번 합세다."

하산길에 골똘히 생각했다.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일본과의 경쟁에서 과연 우리는 이길 수 있을까□ 한국 축구는 누구와 싸우기 위해 싸우고 있는가□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고 있는가□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였다.

엄청난 국민의 혈세로 마련한 월드컵 인프라 비용의 중요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국의 월드컵 조직위 공동위원장은 싸움질하다 머리가 터졌고, 한국과 경쟁관계인 일본이 이 부끄러운 싸움을 즐기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월드컵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조직위의 두 수장을 어설프게 달래 문동후 사무총장 체제로 교통정리를 한 문화관광부의 생각대로 앞으로 축구협회와 조직위의 관계는 별탈 없이 협조가 이뤄지고 월드컵 준비도 차질없이 진행될까□

1일 새벽 해금강에서 벌어진 성공 기원대회에 참석한 한 문화계 원로 인사는 "왜 축구협회 임원들은 한 사람도 오지 않았습니까. 아직도 축구협회와 조직위원회는 불편한 관계입니까"라고 필자에게 묻기도 했다.

필자는 새해 첫해를 바라보며 하느님께 기도했다.

"하느님. 월드컵의 긴 역사는 그동안 많은 나라가 월드컵 축구를 통해 국가적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용기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우리도 월드컵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월드컵을 매끄럽게 치러 민족의 저력을 세계 만방에 과시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갈망하는 첫 승리를 거두고 나아가 16강을 거쳐 8강까지 파죽지세로 달릴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 주십시오."

기도의 마무리는 이렇게 했다."정치적 득실과 소승적인 이기심에 따른 싸움질도 제발 다시는 없도록 해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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