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팡질팡 외국인 근로자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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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책이 가닥을 제대로 못잡으면 그처럼 두고두고 혼란을 불러오는 일도 없다.

외국인근로자 정책이야말로 그 대표적 예로 올해도 불법체류 외국인의 출국유예신청 창구는 벌써부터 북새통이고 또 강제추방 대상자들은 일제히 단속을 피해 달아남으로써 산업현장에 심각한 인력공백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정권 교체까지 겹쳐 한국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더 버텨보자는 불법노동자도 많다니 정부의 공권력이 이들에게 얼마나 우습게 비쳤는지 한심스럽다.

외국인근로자는 정부가 구멍많은 산업연수생제도를 고집해 불법체류와 인권문제가 생겨도 땜질만 해온 결과 사안을 키워왔다. 정책노선이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 사이를 오락가락해온 데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도 솜방망이로 일관했다.

기술연수란 이름으로 인력을 들여와 싼값에 부려먹을 줄만 알았지 관리를 등한히 한 것이다. 그 결과 정책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국제적으로는 대단한 비인권국처럼 비치는 망신을 자초하고 말았다.

문제는 강제추방이 코앞에 있는 데 지금처럼 부처 별로 여러 소리가 나와서는 혼선만 늘며 정책의 혼조만 키울 뿐이다. 혼선을 줄이기 위해선 이미 결정한 방침은 그대로 밀고나가되 새 정부가 서둘러 정책의 줄기를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불법체류자는 이미 방침이 정해진 만큼 예정대로 본국 송환이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들에겐 재취업을 위한 재입국을 인정하고 경력도 고려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해마다 강제송환과 유예라는 푸닥거리를 되풀이 않으려면 외국인노동자 수급에 중장기적 플랜이 마련돼야 한다.

노동력의 국제이동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우리 사회도 3D업종 기피에 급속한 노령화를 감안하면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문은 더 열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차질없는 외국인고용허가제 도입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물론 고용제를 도입하면 중소기업에 부담이 늘어나나 그렇다고 언제까지 편법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