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상공 미·중·일 일촉즉발 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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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19일 오전 동중국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북쪽 상공.

 미국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에 돌연 중국 공군의 젠(殲)-10 전투기 2대가 접근해 왔다. ‘젠-10’은 중국이 자체 개발한 최신예 전천후 초음속 전투기다. 전투기 2대에는 무기가 장착돼 있었다. 난징(南京)군구 공군부대 소속인 이 전투기는 상하이(上海) 외곽지역 공항에서 스크램블(타국 항공기의 영공침범 등에 따른 긴급발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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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WACS에는 비상이 걸렸다. AWACS는 지상 9000m 상공에서 동체에 달린 9m의 원반 레이더를 통해 지상 400㎞ 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하늘을 나는 관제탑’이다. 23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동중국해 상공에 AWACS가 배치된 건 불과 9일 전. 이 지역에서 중국 전투기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의 ‘젠-10’은 동중국해에 투입된 AWACS를 길이라도 들이려는 듯 끈질기게 쫓아왔다. AWACS가 피하면 젠-10이 추격하는 장면이 계속됐다.

 일본 자위대에도 비상 경보가 울렸다. 오키나와현에 있는 일본 항공자위대 나하(那覇)기지에서 자위대 소속 전투기가 속속 긴급발진, 동중국해 상공으로 날아갔다. AWACS를 호위하고 중국 전투기를 물러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자 중국에서도 맞대응에 나섰다. 상하이뿐 아니라 센카쿠에서 380㎞ 떨어진 푸젠(福建)성에 전진 배치돼 있던 수대의 젠-10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5시쯤.

 중국 해군의 호위함 ‘장카이 1급’이 일본 해상자위대 제6호위대 호위함 ‘오나미’에서 발진한 초계용 헬기 ‘SH 60’을 겨냥했다. 경계감시를 위해 비행 중이던 ‘SH 60’에 사격관제용 레이더(Fire-control radar)가 조준된 것이다. 미사일이나 함포를 쏘기 직전 표적에 조준을 맞추는 행위다. 반사돼 돌아온 레이더의 전파를 토대로 표적의 위치를 특정한 뒤 미사일 등을 쏘게 된다.

 “록 온(Lock-on), 록 온.”

 일 자위대의 헬기 ‘SH 60’에 경보가 울렸다. 항공기나 함정의 경우 조준된 전파를 감지하면 자동적으로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다. 일 자위대에는 긴장이 흘렀다. 일반적으로 사격관제용 레이더가 조준되면 수 초안에 사격이 이루어지는 게 상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수(專守) 방위를 규정한 헌법을 어기고 선제공격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 군함의 포문도 헬기를 향하진 않았다고 한다. 레이더 조준은 수분 동안 이어졌다. 피하면 또 쫓아오는 상황이 또 반복됐다. 결국 중국 군함으로부터의 발사는 없었다.

 이는 도쿄에 있는 일본 방위성과 총리 관저에 즉각 보고됐다. 나흘 후인 지난달 23일 심야에는 미국과 일본의 국방 당국자 간의 긴급 전화회의가 열렸다. 우발적 사고에 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상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어 지난달 30일 오전 10시에는 동중국해 센카쿠 인근 공해 상에서 중국 해군의 ‘장웨이 2급’이 3㎞ 떨어진 일본 해상자위대 제7호위대의 호위함 ‘유우다치’에 또다시 사격관제용 레이더를 조준했다. 마찬가지로 수초가 아닌 수분 단위였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당시 센카쿠 주변에서 벌어졌던 ‘미-일-중’ 간의 긴박했던 상황을 복수의 군사전문가들의 증언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달 19일 AWACS를 둘러싸고 벌어진 긴급발진과 중국 군함에 의한 사격관제용 레이더 조준의 관련성이 명확하진 않지만 긴급발진이 이어지면서 충돌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중국은 미군의 AWACS가 동중국해에 투입됨으로써 중국 연안부의 군사기지와 미사일 정보가 탐지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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