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상호비방전 가열

중앙일보

입력

국내의 대표적인 이동통신 장비업체인 삼성전자와LG전자의 상호비방이 가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일 발표한 `SK텔레콤 cdma2000 1x EV-DO 시연 성공' 자료를 통해 지난 19일 대방동 소재 SK텔레콤 보라매사업장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자사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시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에서 40분 동안 600Kbps의 고속으로 완벽한 VOD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2MB의 파일을 단 17초 만에 다운로드에 성공하는 등 세계 최초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기업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같은 자사 홍보 내용외에도 함께 시연회에 참여한 LG전자가 전원불량 때문에 시연에 실패했다며 타 업체에 대한 비방을 덧붙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LG전자는 장비와 단발기가 작동되지 않아 세계 최초로 cdma2000 1x EV-DO 시범서비스에 나선 SK텔레콤을 당황케했으며 LG전자 임원진은 시연실패에 당황, 점심식사마저도 피한 채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가는 촌극을 연출했다"며타업체를 웃음거리로 치부하는 다소 이례적인 문구를 삽입했다.

지금까지 양사간에 한 이슈를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설전이 가끔 있었지만대개의 경우 전화나 반박자료를 통해 자사의 입장을 전달했던 관행을 감안하면 이처럼 일방적으로 타사의 결함을 들춰낸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홍보 외에 타업체에 대한비방내용을 실은 것은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 때문에 모든 비난을 감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삼성전자는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례이전에 먼저 싸움을 걸어온 것은 LG전자라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KT아이컴이 실시한 IMT-2000 비동기식 장비성능시험(BMT) 시연회에서 삼성전자가 시스템과 개인휴대통신(PCS) 연동통화에 실패했다는 최근의 일부 보도는 바로 LG전자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LG전자측은 당시 언론사를 상대로 IMT-2000 비동기식 부문에서의 자사의 기술적우위를 설명하면서 은연중에 삼성전자의 시연실패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정식으로 BMT를 실시한 것도 아니고 단지 시연회였을 뿐이며 3세대 동기식 단말기가 개발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연에 실패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해명했다.

또 "시연에서의 문제를 침소봉대해 떠들고 다닌 것이 LG전자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다"며 "상대방이 비방을 해도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자체 홍보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또 이에 앞서 삼성전자가 KT아이컴에 가장 먼저 BMT테스트 장비를 공급했다는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LG측은 "정해진 기한내에 장비를 공급하면 되기 때문에삼성전자의 보도자료는 별 의미가 없다"며 삼성전자의 홍보내용을 폄하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남미, 호주 등 해외 휴대폰시장에서의 양사 실적 등 여러 사안을 놓고도 수차례 설전을 벌여왔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각각 4위와 8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이동통신 장비업체들이 서로를 비방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린다"며 헐뜯기 홍보전의 지양을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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