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못 볼 스타] 에드가 다비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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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검은 피부에 길게 늘어진 레게 머리, 상대를 위협(?)할 만한 얼굴, 독특한 안경. 다비즈 하면 생각나는 모습들이다.

지난 달 9월 2일 네덜란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최대의 고비에서 아일랜드와 운명의 한판 대결을 벌였다. 네덜란드는 이날 경기에서 후반 상대 선수가 퇴장 당해 수적으로 우세를 점했음에도 불구하고 0-1로 패하면서 사실상 월드컵 티켓을 놓치는 통한의 경기였다.

루이스 반 갈 네덜란드 감독은 상대의 신경전에 휘말려 흥분한 선수들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한편 에드가 다비즈(29.유벤투스)의 공백을 무척 아쉬워했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미드필더를 맡고 있는 다비즈.

다비즈는 아일랜드와의 월드컵 지역예선 경기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여 출전하지 못했다. 네덜란드의 탈락이 확정된 후 4개월만에 그라운드에 나선 다비즈는 안도라와의 마지막 경기에 출전, 탈락의 한(恨)을 씻기 위해 뛰었다.

키 169cm 몸무게 78kg의 다부진 체격.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체 그라운드를 누비는 한 마리 표범 같은 선수로 악바리 승부근성과 넘치는 체력을 겸비한 수비형 미드필더다. 그는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유고와의 16강전에서 종료 직전 역전 골로 팀을 8강에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73년 3월 수리남에서 태어난 다비즈는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 코치의 눈에 띄어 유소년 축구 팀에 발을 들여 놓았다. 18세가 되던 해 네덜란드 프로무대에 데뷔한 다비즈는 명장 루이스 반 할 감독의 조련 하에 아약스를 리그 최고의 클럽으로 끌어올렸다.

91년부터 96년까지 그가 아약스에서 몸담은 동안 93년 네덜란드 컵을 비롯해 슈퍼컵(93,94,95), 리그 우승(94,95,96),챔피언스리그 우승(95) 을 일궈냈고 이 후 이탈리아 AC 밀란으로 무대를 옮겼다.

다리 부상으로 96-67시즌 15경기만 출전하고 리그를 조기 마감한 다비즈는 절치부심 한 후 유벤투스로 둥지를 옮겼고 팀을 97-98시즌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얼마 전 한국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팀에도 다비즈를 언급하면서 그와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말은 곧 히딩크가 요구하는 포메이션을 적응하기 위해선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체력과 강한 정신력, 그리고 악바리 승부 근성으로 요구되는 3박자가 결합된 선수를 말한다.

약물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후 다시 꿈에 그리던 그라운드로 복귀한 다비즈는 월드컵 탈락의 한(恨)을 특유의 투지 넘는 플레이로 소속팀 유벤투스의 2001-02 시즌 리그 우승을 향한 새로운 도전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오렌지 군단과 그 일원인 다비즈 특유의 플레이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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