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33% "한국내 경영여건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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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 기업들 중 절반 정도가 최근 한.미 갈등으로 인해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나 한국 상품의 대미(對美)수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점증하는 반미감정으로 인해 주한 미국 기업 3개사 중 1개 꼴로 매출 감소나 경영여건 악화 등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앙일보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공동으로 국내에 진출한 미국 기업 71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3분의2 정도(60%)는 미군 무한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개정 문제 등으로 불거진 한.미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이처럼 불편해진 양국 관계 때문에 주한 미국 기업들은 전에 없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미국 회사 중 절반 가까이(49%)가 미국 본사나 한국 지사에서 한국의 반미기류를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미 움직임에 대한 미국 쪽의 반응도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한.미 갈등으로 어떤 부문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복수 응답)에 응답자의 60.5%가 미국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악화될 것을 걱정했다. 특히 응답업체 중 38%는 이미 미국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겨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이어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53.5%) ▶한국 상품의 대미 수출(26.7%) ▶미국 기업의 한국 내 비즈니스(23.9%) 등의 순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반미감정 등으로 위축된 주한 미국 기업들을 안심시키고, 미국과의 경제협력 체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미 오버비 AMCHAM 수석부회장은 "경제부문을 포함, 돈독한 양국 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재용.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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