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단점은 ‘변화 알레르기’ 모험 꺼리는 성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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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호 04면

다이내믹 코리아-. ‘한강의 기적’ ‘빨리빨리’ ‘K팝’ 등으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변화를 흔쾌히 수용하고 즐길 만한 마음가짐을 지녔을까. 맨주먹으로 성공을 일구다 보니,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려다 보니 ‘고요한 아침의 나라’ 심성의 사람들이 변화 강박증에 떠밀려 온 건 아닌지.

70여개 국 기업관리자 조사해보니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 결과는 우리 사회에 ‘변화 알레르기’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에 인용된 네덜란드 문화인류 심리학자 거트 호프스테드(Geert hofstede) 박사의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한 나라의 문화가 기업 등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1967~73년 66개국에 흩어진 IBM 지사 관리자들을 분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70여 개국으로 범위를 넓혀 검증을 확대했다. 이 결과 기업문화의 차이를 초래하는 요인을 ▶불확실성 회피 ▶권력 분배의 형평성 ▶개인주의 성향 ▶자기주장을 펴는 정도 ▶장기지향 여부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한국의 경우 불확실성 회피 점수가 80점으로 가장 높았다. 조직 구성원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협을 얼마나 느끼는지를 측정한 점수로, 규칙 등 확실성에 대한 선호가 높다 보니 혁신과 변화를 주저하게 마련이라는 해석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조희재 수석연구원은 “호프스테드의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되도록 통제하고 모험을 꺼리는 성향이 강하다.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기보다 벤치마킹과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 주력해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46점)·중국(30점)은 우리보다 불확실성 회피 점수가 훨씬 낮았다.

다른 국내 연구에서도 한국인의 변화 알레르기가 엿보인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가 2007년 성인 남녀 199명을 심층 면담해 자아정체성 연구를 한 결과 74%(148명)가 ‘폐쇄형’으로 분류됐다. 이는 경직성이 강한 탓에 변화를 접하면 쉽사리 당황하고 혼돈에 빠지는 유형이다. 변화를 흔쾌히 수용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성취형’은 13%에 불과했다. 주어진 일은 성실하고 꼼꼼하게 해내지만 스스로 환골탈태하려는 도전정신은 낮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가 강해 보편적 기준을 중시하고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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