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몇 가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손민호 기자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관광 분야도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업계의 의견을 모아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라는 몇 말씀을 적는다.

 우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다. 18대 대선 과정에서 관광 부문은 찬밥 신세였다. 다른 쟁점이 워낙 치열하게 맞서서인지, 대선 후보 누구도 관광 부문에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래도 되나 싶어 통계를 뒤졌다.

 2010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관광산업 기여율은 5%다. 그해 우리나라 GDP가 1172조원이었으니까, 관광산업에서 60조원 가까이 만든 셈이다. 반면 올해 예산 325조원 중에서 관광 부문 예산은 9300억원, 즉 전체 예산의 0.2%였다. 5%와 0.2%, 한국 관광산업의 현실이다. 관광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다음 정부에서도 받을지 모르는 뜨악한 시선이다.

 새누리당 대선 공약집을 훑어봤다. 400쪽 가까운 공약집에서 관광 부문은 딱 세 쪽이었다. 한쪽마다 주제를 정하고 약속을 내걸었는데, 주제는 ▶국민 관광복지 실현 ▶고품격 한국 관광 실현 ▶국외 여행 국민 안전 제고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관광 부문에 관한 한 공약집은 부실하고 허전했다. 관광을 산업으로 이해하는 건, 이 바닥에 사람이 모여 일을 해서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약집에서는 가이드를 늘리고 호텔을 지어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빤한 약속 한 줄이 전부였다.

 현실은 공약집보다 훨씬 열악하다. 현재 전국에 관광 관련 학과가 180개가 넘는데, 업계는 전문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관광통역 안내사 의무고용제가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현장에서 뛰는 중국어 가이드의 80%가 자격증 없는 조선족이다.

 공약집은 국내 관광이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이유는 알고 있을까. 여수 엑스포 입장객 800만 명 중에서 입장료를 다 내고 들어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을까.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여행사에 차비와 밥값을 지원해줘 국내 여행 상품 태반이 덤핑으로 굴러가는 현실은 알고 있을까.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냐는 업계 관행에 치여 묵묵히 원칙을 지키는 여행사가 말라 죽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들어는 봤을까.

 허다한 관광 전문가가 관광산업을 하드웨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강원도 오지에 대형 리조트를 세우면 지역 관광이 활성화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역에 떨어지는 건 청소 같은 허드렛일 따위다. 최근 강원도가 시내 면세점을 선정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알펜시아리조트,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가 있는 하이원리조트 모두 외국인 입장객 30만 명 이상의 기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강원도에서 기준을 통과한 유일한 곳은, 대형 리조트 하고는 하등 상관없는 남이섬이었다.

 여기저기서 말도 많을 것이다. 카지노 하나 들여놓으면 돈이 얼마 굴러오고, 어디에 노는 땅이 이만큼 있는데 개발만 하면 일자리 몇 천 개가 생기고, 여기에 호텔 허가만 내주면 숙소 문제는 뚝딱 해결할 수 있다고, 속삭이고 쑥덕이고 꾈 것이다.

 새 대통령이 하나만 명심했으면 좋겠다. 개발은 관광의 동의어가 아니다. 관광이야말로 사람과 가까운 산업이다. 여성의 섬세하고 푸근한 손길이 절실한 부문이다.  

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