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전력 소비 역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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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강추위 속에 올겨울 여섯 번째로 전력 수급 경보에서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이날 전력 소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비상 절전과 공급 확대 조치로 위기를 넘겼다. 2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난방용 전기 소비가 증가하면서 오전 10시44분 순간 예비전력이 350만㎾ 미만으로 하락해 ‘관심’ 경보(300만~400만㎾)가 내려졌다. 이날 아침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14.5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이 올 들어 가장 추웠다. 다행히 예비전력은 낮 12시 이후 400만㎾ 이상을 다시 회복, 오후 내내 ‘정상’ 단계를 유지했다.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당국은 총력전을 펼쳤다. 성탄절 휴일 이후 산업체 조업 재개 등으로 전력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한파까지 겹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지식경제부·한국전력은 미리 약정한 기업체를 상대로 절전을 시행하고, 전압을 낮춰 보내 전력 소모량을 줄였다. 또 구역 전기사업자(민간 발전기)의 공급을 늘렸다. 이달 초 7600만㎾대였던 공급 능력은 이날 한때 8000만㎾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 덕분에 오전 10~11시 평균 전력 수요가 7598만㎾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큰 무리 없이 버틸 수 있었다.

 고비는 넘겼지만 지속되는 한파가 여전한 복병이다. 기상청은 24일 향후 3개월 예보를 통해 “차가운 대륙 고기압 탓으로 1월 기온이 평년(영하 5도~영상 3도)보다 낮겠다”고 내다봤다. 지경부는 1월 중순~하순을 전력난의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정전 사태로 치달을지 여부는 전라남도의 영광 원전 5, 6호기(총 200만㎾ 용량) 재가동에 달려 있다. 정부는 당초 연내 재가동을 장담했지만 어려워졌다. 지난달 초부터 불거진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의 위조 사실이 고구마 줄기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재가동이 지연되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26분 서울 서초동의 교보타워 등 건물 3동이 정전돼 입주민이 불편을 겪었다. 오후 2시45분에 복구를 마친 한국전력은 “전력 수급과는 관계없는 ‘개폐기(두꺼비집) 불량’ 문제로 추정된다”며 “세부 원인은 규명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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