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살림살이를 감독하는 지방의원이 심야에 길거리에서 동료 의원들을 폭행해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21일 동료 의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순천시의회 주모(민주통합당) 의원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주 의원은 이날 오전 0시30분쯤 순천시 연향동 G노래방 앞길에서 서모·신모 의원을 때린 혐의다. 순천시 의원 24명은 순천시의 올해 예산 7203억을 심의하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순천시의원의 올해 의정비는 3223만원이다.
경찰에 따르면 주 의원은 20일 밤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간사인 같은 당 소속 서모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이날 순천시 농수산물도매시장 벽면 페인트 도색비 2000만원과 폐쇄회로TV(CCTV) 설치비 3000만원 등 5000만원의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순천시 농수산물도매시장에는 주 의원이 운영하는 A청과가 입주해 있다.
주 의원이 전화로 항의하자 서 의원은 욕설로 답했다. 그러자 주 의원은 서 의원에게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21일 오전 0시5분쯤 순천시 연향동 G노래방 앞에서 마주쳤다. 주 의원은 항의하다 갑자기 주먹을 휘둘렀다. 주 의원은 이 과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임모씨 등 2명을 불러 서 의원 폭행에 가담시켰다. 주 의원 등 3명으로부터 얻어맞은 서 의원은 안경이 깨지고 얼굴과 목 등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서 의원은 경찰에서 “주 의원으로부터 20여 분간 얻어맞았다”고 주장했다.
순천시의회 신모 의원도 서 의원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뒤늦게 현장에 나타났다. 신 의원은 싸움을 뜯어 말리는 과정에서 자신도 주 의원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주 의원은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다.
순천경찰서 주현식 형사과장은 “폭행을 당했다는 의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며 “폭행 사실이 확인되면 주 의원을 폭력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