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도 직함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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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16후에 예비역 육군 소장 모라고 새겨진 명함을 본 일이 있다. 예비역이란 군 공무원도 아니요, 더욱이 관직이나 직함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그 명함을 새겨 남에게 준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이런 명함을 만든 사람의 심사나, 또 이런 명함이 받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 사실만은 우리가 짐작할 수 있다.
전 국장·전 국회의원·전 장관 등의 명함이 나돌았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전관례우라는 말이 있어 전직이 장관이어서 그가 퇴임한 후에도 그를 남들이 『장관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보았지만 내가 『전직 장관이노라』하고 스스로 그렇게 명함까지 밖아 돌린 일은 없었다.
우리네 관직 관념 속에 그 관직이 높았으면 높았을수록 그만큼 행세했고 그만큼 영화를 누렸었다는 의미는 있어도, 보다 많은 대민 봉사와 적극적으로 국가 이익에 기여했었다는 뜻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관직을 지배의 척도로 보지 않고 봉사와 희생의 저울대로 보게 되는 새로운 관직 기풍의 확립이 요망된다. <서울·직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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