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판 뒤집을까, 전자랜드 조용한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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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프로농구 전자랜드가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선두 다툼 중인 모비스와 SK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을 뿐 소리 없이 강한 모습이다.

 전자랜드는 13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경기에서 68-56으로 가볍게 이겼다. 13승6패를 기록한 3위 전자랜드는 선두 SK를 두 경기 차로 바짝 뒤쫓았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개막전까지 중·하위권으로 분류됐다. 별다른 전력 보강을 하지 못했고, 주포 문태종(37·사진)의 체력이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끈끈한 농구로 지난달 중순까지 선두 다툼을 했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2연패를 한 차례 했을 뿐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포웰(19.0점· 득점 3위)과 문태종(15.0점· 득점 10위)은 10개 구단 최고 쌍포를 구성했고 강혁·이현민·임효성 등 가드진은 신기성(은퇴)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이현호와 주태수는 강력한 수비로 골밑을 지켜 준다. 국내 선수의 득점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드러났지만 프로·아마 최강전을 통해 보완했다. ‘헝그리 정신’으로 뭉친 선수단의 정신력도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끝날 무렵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구단 매각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새 시즌을 앞두고 프로농구연맹(KBL)으로부터 20억원을 지원받아 팀을 유지하게 됐다. 예산은 지난해 대비 20% 줄었고, 선수들이 직접 거리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코트 안팎에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선수들은 코트 안에서 열정을 쏟고 있다.

 프로·아마 최강전을 지켜본 KBL의 한 관계자는 “전자랜드 선수들의 눈빛이 남다르다. 다른 구단 선수들보다 훨씬 진지하다”고 평가했다. 전자랜드는 이 대회에서 프로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인 준우승(상금 2500만원)을 차지했다.

 한편 울산에서는 원정팀 KGC인삼공사가 모비스에 79-78로 승리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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