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중히 행동하라" 달라진 시진핑,이틀 전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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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장거리 로켓(은하-3호) 발사를 예고한 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전에 없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핵심 당국자는 6일 “중국의 태도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며 “만일 북한이 주변국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발사를 강행할 경우 중국이 과거처럼 무조건 북한을 편들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이런 판단을 하는 건 북한이 지난 2일 로켓 발사를 예고한 뒤 중국 정부가 지난 4월 북한이 위성 발사 계획을 밝혔을 때와 달리 강경한 문구가 포함된 논평을 잇따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6일 “북한은 마땅히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서 출발,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4일 훙 대변인이 발표한 “신중했으면 한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경고 메시지다. 중국 외교부의 친강(秦剛) 수석 대변인도 2일 홈페이지에 “북한은 우주 공간을 평화롭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이 권리는 안보리의 유관 결의 등에 의해 제한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북한이 위성 발사 계획을 밝힌 뒤 안보리 결의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는 4월만 해도 “외교적 경로를 통해 평화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을 두둔하는 논평을 냈었다.

 정부 당국자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대북 첫 특사인 리젠궈(李建國)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원이 방북한 다음날 북한이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중국은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북한을 한번 손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5일(현지시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주최한 국제회의에서 “현재 북한 로켓 발사와 관련해 중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며 “중국이 매우 협조적인 자세로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로켓 발사 준비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감에 따라 한미연합사는 5일 오후 6시를 기해 대북 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군 관계자는 “주변국들의 북한 로켓에 대한 요격 등에 대비해 북한이 군사적인 행동(도발)을 취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첩보위성, 사진 정찰, 전자신호 정보수집 등 모든 정보수집 자산을 가동하는 워치콘 Ⅱ는 ‘국익에 현저한 위험이 초래될 징후가 보일 때’ 발동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자에서 “북한이 17일 오전 7시부터 8시30분 사이에 미사일을 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 관계 소식통을 인용한 베이징발 기사에서 “17일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사망 1주기이며, 북한은 김 전 위원장의 사망 시간을 오전 8시30분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며 “이 시간대에 발사함으로써 김정일을 추도하고 국위를 과시할 생각인 듯하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기상상황에 따라 발사시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 로켓 발사에 달라진 중국

▶4월 발사 예고 후
“외교적 경로를 통해 평화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2월 발사 예고 후
“(우주개발 권리는) 안보리의 유관 결의 등에 의해 제한받고 있다”(2일, ‘안보리’ 첫 언급)
“신중했으면 한다”(4일)
“마땅히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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