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당뇨병 치료 초기부터 철저히 해야 합병증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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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배지철 교수

우리가 음식을 먹는 이유는 음식을 통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서는 섭취한 음식이 소화되고 여기서 생긴 포도당이 혈액을 타고 우리 몸 곳곳의 세포에 흡수되어 연료로 쓰여져야 한다.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휘발유가 필요하고 이 휘발유가 자동차 엔진에서 태워져야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혈액 속의 포도당이 우리 몸 안의 세포에 들어가 연료로 쓰여지기 위해서는 인슐린이라는 물질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인슐린은 십이지장 뒤에 있는 췌장이라는 장기에서 생산된다. 건강한 정상인은 음식 섭취 후 혈당(혈액 속의 포도당)이 올라가게 되면 췌장에서 이를 감지하여 인슐린을 자동적으로 분비하게 된다. 이렇게 분비된 인슐린은 혈액 속의 포도당을 우리 몸 세포 속으로 밀어 넣어 에너지로 사용이 될 수 있도록 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혈당 농도는 정상 범위로 유지 된다. 만일 인슐린이 췌장에서 잘 분비되지 못하거나 잘 분비되더라도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혈액 속의 포도당이 세포 안에서 에너지로 이용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그대로 남아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혈당 농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 높게 올라가게 된다.

이처럼, 당뇨병은 혈액 속의 포도당(혈당)이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이용되지 못하여 혈당이 정상범위 이상으로 올라가는 상태를 말한다. 정상범위 이상의 높은 혈당이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면 혈관 벽이 손상되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당뇨병 합병증이다. 당뇨병을 잘 치료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당뇨병성 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가 언젠가 외래에서 이러한 얘기를 하였다. “당뇨병이 심하지 않았을 때 혈당관리를 열심히 했으면 이런 몹쓸 합병증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이렇듯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합병증이 생긴 후 이로 인해 고생을 하면서 후회 하시는 것을 보게 된다. 당뇨병을 진단 받은 다음 철저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합병증이라는 큰 일이 닥칠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을 진단 받은 시점에도 30%의 환자들은 이미 초기의 당뇨병성 합병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더 치료 초기의 당뇨병을 가벼이 볼 수 없음을 얘기해 준다.

중요한 것은 당뇨병의 만성 합병증은 예방이 가능하고, 또한 합병증이 생긴 후에도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뇨병초기를 지나 치료시점이 점점 늦어지면 합병증의 진행에는 가속도가 붙게 되고 결국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하여 몸 이곳 저곳 심각한 장애가 남게 되며 남아있는 삶의 질은 떨어지고 평생 괴로움에 시달리게 된다. 실제로 실명의 원인질환 1위, 만성신부전의 원인질환 1위, 하지절단의 질병 원인 1위 등이 당뇨병의 합병증이 차지하고 있다. 뇌졸중(뇌경색),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계 발생 위험율은 당뇨병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전에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질환을 앓은 환자들과 같은 정도의 위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혈당뿐만 아니라 혈압 및 콜레스테롤이 높다.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 모두 혈관벽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동맥경화증) 이러한 3가지 질환이 함께 동반되어 있다면 당뇨병성 합병증은 더 빠르게, 또 더 심하게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당뇨병을 관리한다는 것은 바로 이 3가지를 잘 관리한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결국에는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필요 시에는 약물 치료를 통해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을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치료제는 심혈관 합병증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저해제 또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의 고혈압 치료제는 혈압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서 신장보호 효과가 있어 만성신부전증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 1년마다 눈, 신경, 콩팥, 심장, 혈관, 발 등 합병증 검사를 받도록 한다.

이와 함께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것은 당뇨병 관리의 기본이다. 섬유소가 포함된 음식을 섭취하고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피하도록 한다.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산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적게 먹고 대신 생선이나 콩 및 두부 등 양질의 단백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루 한 번 적어도 30분 이상 이마에 땀이 나거나 약간 숨이 찰 정도로 운동을 하도록 하자.

당뇨병 발병 초기부터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당뇨병 관리에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며 관리에 소흘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위험성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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