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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 최참판댁 소원쪽지
평사리 마을에는 ‘최참판댁’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도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꽤나 찾습니다. 저도 설날 언저리에 갔다가 한쪽 벽에 있는 ‘소망편지’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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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별밤
히말라야에 다녀왔습니다. 걷자고 나선 길이라 내내 걸었습니다. 2800m 루클라에서 시작해 5550m 칼라파트라를 찍고, 빙하지대를 거쳐 5368m 촐라패스를 넘고, 479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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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팔자 다산이
다산이가 늘어졌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집 앞뒤로 다니며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지만 볕 좋은 날에는 아무데서나, 아무렇게나 퍼져 잘도 잡니다. 다산이는 집사람의 애정과 애증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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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갈대밭
갈대밭은 코끝이 쨍하게 추운 날, 지는 햇빛을 맞으며 찾아가야 제맛입니다. 칼바람 부는 갈대밭 길을 걷다 보면 갈대들의 비비적거리는 마른 소리가 요란맞습니다. 서걱서걱, 쓱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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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밭매기
무딤이 들판은 한겨울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습니다. 가을걷이를 끝내면 보리나 밀, 마늘이나 양파를 심습니다.일손 빠른 부인과 그 곁에 있기를 어색해 하는 남편을 만났습니다.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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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뭍 사이
요사이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푸근하긴 하나 해뜨기 전, 새벽 강은 제법 차가운 강바람이 돌아다닙니다. 모자, 장갑에 마스크까지 단단히 준비해도 추울 때는 어디가 추워도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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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속 잔치
노고단에서 내리는 옅은 바람에 나뭇잎이 슬쩍 일렁이더니 이내 하나 둘 떨어지는 가을날 오후입니다. 화엄사 대웅전 앞, 보제루에서 흐뭇한 마음으로 가을을 즐겼습니다. 먼 산의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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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황금바다
팔순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 논에서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길가에 있는 논이라 할아버지가 논에서 일하실 때면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이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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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누군가가, 얼마 동안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에 있었습니다. 빈집의 기하학적 구조만 남고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말끔하게 사라졌습니다. 그들의 체온이 사라진 지는 그리 오래돼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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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참새 떼
예전에 흔했던 참새 떼를 귀하게 만났습니다. 풀숲에서 ‘조잘조잘’ 지저귀는 소리에 조심스레 다가서는 순간, ‘후다닥’ 날아가는 참새 떼. 참새도, 나도 깜짝 놀란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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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돌!
모처럼 강가에 나갔습니다. 흔적 없이 다니는 차가운 새벽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쌀쌀한 기운에 어깨가 움찔거리고 뒷목이 떨릴 정도로 추웠습니다. 아직 더위에 익숙한 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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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차 사진관
악양초등학교에서 가을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아이들은 뛰고 구르고, 어른들은 웃고 떠들며 신나게 하루를 놀았습니다. 저도 여느 때 같으면 엄마들이 싸온 김밥이나 맥주를 얻어먹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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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일터
하동 땅에서는 지리산 자락이 구비 돌면 섬진강도 구비 돕니다. 섬진강이 훤히 보이는 산자락마다 잘 가꾼 녹차 밭이 즐비하고, 강바람을 피할 만한 곳에는 뜨문뜨문 산중턱 마을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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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꽃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초가을에 비가 내렸습니다. 마을 근처 숲길에 ‘이제 가을이다’ 하며 꽃무릇이 피었습니다. 숲은 아직 녹색빛이 역력하기에 붉은빛 꽃무릇이 눈길을 확 잡아끕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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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장 대목
추석 대목장에 맞춰 구례장에 갔습니다. 대목장이지만 북적이지 않았습니다. 여름내 농사 지은 것들이 장바닥에 널렸습니다. 뭐든지 다 있습니다. 말린 고사리, 싱싱한 애호박, 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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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찡한 큰절
마음이 심란하거나 침묵이 그리울 때 숲길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내딛는 걸음만큼 생각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오래된, 작은, 외진 절집에 가도 종교와 상관없이 그냥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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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디 귀한 햇빛
실로 오랜만에 동쪽 하늘을 여는 아침 햇빛이 찬란합니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구름장막에 가려 쨍한 모습을 본 지 오래였습니다. 올여름에 어찌나 비가 많이 왔는지 ‘비여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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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그날
악양 대축마을 뒷산에 600년이나 세월을 먹은 소나무가 있습니다. 크고 편평한 바위 틈에 뿌리를 박고 자라 ‘문암송(文岩松)’이라 불립니다. 옛날 시인 묵객들이 소나무 그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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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풍경
더러 길을 걷다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스쳐 지나칠 풍경이 지난날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으로 다가와 걸음을 멈출 때가 있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는 골목길의 어느 구석진 곳이거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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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동정호
섬진강 곁을 따라 악양 땅에 들어서면 근사한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형제봉과 칠성봉이 팔을 벌려 하늘과 땅의 경계를 나누고 구름 아래로 후덕하게 만든 악양입니다. 한두 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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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넘치는 시장
구례 장에 가서 채소전을 돌아다녔습니다. “이거 노지 오이네! 얼마예요” “그거 잘 생긴 것 골라 천 원요.”기웃거리다 저도 끼어들었습니다. “저 아줌마가 좋은 걸 골랐으니 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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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의 선물
이른 새벽길을 나서 노고단에 올랐습니다. 구름안개 뒤덮인 산길이 제법 운치가 있어 걸음걸음이 행복했습니다. 고요한 안개 속에 빠지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대책 없이 일어나는 생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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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막아주는 ‘친구’
길동무가 주위에 많으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시간 따라 흐르는 길에는 굴곡이 있게 마련입니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기뻐하고,슬퍼하는 시간을 같이 보낸 것만으로도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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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고 해뜬 날
모처럼 햇빛이 났습니다. 지난 밤엔 바람도 어지간히 불어 습한 공기마저 사라졌습니다. 쨍한 날입니다. 요 며칠 내내 비구름에 눌려 처져 있던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햇빛을 받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