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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뻬 패션쇼
등산길 근처에 살다 보니 무리지어 오르내리는 등산객을 자주 봅니다. 아주머니 등산객의 사투리는 지역색이 뚜렷하지만‘노스~’ 상표가 찍힌 옷은 ‘국민 등산복’이라도 되는 양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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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의 기다림, 능소화
‘드디어’ 피었습니다. 어느 날, 가지 끝에 열댓 개의 망울을 달더니 다섯 갈래로 촉을 갈라 노랑 꽃망울을 밀어 올렸습니다. 삼복더위의 강력한 햇빛을 무던히 받아내던 꽃망울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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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나무’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 솔바~람이 몰고~와서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 어릴 적엔 ‘미류나무’나 ‘포플러’로 불렸습니다.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라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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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투리 가족의 산책
장마전선이 유독 남쪽에 많은 비를 뿌렸습니다. 습하고 더워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날입니다. 우리 집 강아지들도 푹 가라앉은 우울증(?)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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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 낚는 맛
화개다리 근처는 긴 장대로 은어를 낚아채는 놀림낚시를 많이 합니다. 씨은어로 다른 은어를 낚는 놀림낚시는 방법이 치사하지만 기발합니다. 씨은어 꼬리에 낚시 바늘을 꿰어 은어 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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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못 볼 옛집
가훈 액자와 할머니의 초상화가 눈에 띕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가훈 액자는 1980년대에 군청에서 돌렸다고 하니 족히 30년은 저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시간의 흔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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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품은 비구름
걸상에 앉아 앞산을 즐깁니다. 산이 점점 짙어져 푸름에서 검푸름으로 깊어집니다. 밀치며 들어온 비구름이 산을 품었습니다. 온통 비구름입니다. 비구름에서 소리가 솟아납니다. 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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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있는 아침
“자~ 자 한 잔 마셔.” “예~ 아버님.” 한 사발 가득 담긴 막걸리를 아침 숟가락 뜨기도 전에 홀랑 마셔버립니다. “매실 많이 땄네요.” “아들 친구들이 저~ 포항,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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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뒤의 고요
끝났습니다. 누렇게 익은 청보리는 흰색 비닐 랩에 둘둘 말려 조사료(섬유질이 풍부한 소 사료)로 팔려나갔습니다. 땅을 갈아엎는 트랙터를 따라 벌레를 쪼아 먹던 백로들의 분주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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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정성
모심기 전 논에서 해야 할 일은 가래질과 쟁기질과 써레질입니다. 가래질은 논둑을 다지는 일이고, 쟁기질은 묵은 땅을 뒤집는 일이고, 써레질은 흙을 잘게 부수어 고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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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테’ 두른 빗자루
어둠을 갓 걷어낸 아침입니다. 구불구불 굽은 논배미가 아름다운 노전마을의 귀퉁이 논에서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뒷짐 진 할아버지 손에 들린 몽당한 빗자루가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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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보리 물결
지금 돋을볕 마을, 악양에는 보리와 밀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초여름의 가을 풍경, 맥추(麥秋)입니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보리밭의 춤사위에 빠져, 내리쬐는 햇살의 따사로움에 온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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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품은 가로등
초승달이 샛별을 품은 초저녁 하늘입니다. 해가 서산에서 멀어질수록 달과 별이 더욱 밝아집니다. 맑은 어둠이 끝없이 열린 하늘에 피어난 초절정 절제의 아름다움이 마음을 찌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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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목소리가 푸른빛 짙은 산중에 울려 퍼
맑은 목소리가 푸른빛 짙은 산중에 울려 퍼집니다. 한 청년이 그에게 다가올 세상만큼 무겁고 큰 바위를 딛고 서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의 어제, 오늘 움직임을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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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켜고 ‘차곡차곡’
해는 뉘엿 지고 달은 아직 산을 넘어오기 전, 푸른 하늘빛이 곱게 내려앉은 섬진강가에서 ‘달빛’ 차회가 열렸습니다. 하동 야생차 축제 중 악양에서 열리는 행사입니다. 조명과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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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화의 외출
불자들이 몸과 마음으로 계율을 다짐하는 자리에 석가모니 괘불이 바깥바람을 쐬러 나왔습니다. 절 깊은 곳에 꼭꼭 여며 모신 괘불탱화의 외출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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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같지 않은 녹차 밭
모처럼 화개 골짜기 녹차 밭을 찾았습니다. 벚꽃이 진 늦봄과 초여름 길목엔 녹차 만드는 농가는 눈코 뜰 새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날씨가 수상해 지난주에 내린 눈과 서리에 움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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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벚꽃도 지는 마당에 추위가 가던 길을 되돌아오는 듯합니다. 지난주에 밤 벚꽃을 은하별이라 돌려 말했는데 이에 반성(?)하는 의미로 진짜 별 사진을 띄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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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은하수?
매화로 시작한 꽃놀이는 벚꽃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바람결이 더 이상 차갑지 않은 봄의 완성입니다. 그래서 벚꽃바람은 따뜻합니다. 봄의 절정, 벚꽃을 찾아 몰려드는 꽃놀이패들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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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부들
상신마을 ‘조씨 고가’를 둘러보았습니다. 동네에서는 ‘조부잣집’으로 통하는 조씨 고가는 구한말에 지은 전통 한옥입니다. 고가의 서쪽 담을 따라 흐르는 개울 건너에 할아버지 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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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뒷모습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를 할 때 대개 악수를 하고 명함을 주고받습니다. 조직에 있는 사람이야 조직의 것을 쓰지만 개인의 명함은 자신을 드러내려는 내용을 한껏 담아 만듭니다. 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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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뻗는 봄기운
3월도 중순을 넘었고, 들판의 보리도 맑은 녹색을 왕성하게 올리고 있으니 봄입니다. 하나 날씨가 수상합니다.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는 날이 많아 비가 잦고, 날이 추우면 때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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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심는 사람들
악양 땅에서는 처음 보는 양파 밭입니다. 지난가을에 악양 귀농 2년차 아주머니가 과감하게 일군 밭입니다. 봄의 낌새가 들판에 심은 양파 밭까지 왔습니다. 간혹 몰아치는 꽃샘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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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 福불
대보름날, 마을회관에서는 쌀 가득 담긴 됫박에 양초 꽂고, 웃음 머금은 돼지머리를 올린 제상이 차려졌습니다. 돼지 입에 돈 물리고, 소주 한 잔 바치고 ‘무사태평’을 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