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어렵지만 내실있는 콘텐트면 시청자가 알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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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프로그램 CNN고(Go)를 성공시킨 유밍 라우 부사장. [조용철 기자]

‘팥을 넣어 바삭하게 구워낸 한국식 페이스트리.’ 세계적 뉴스채널 CNN의 여행정보 전문사이트인 ‘CNN고(CNN Go)’가 붕어빵을 한국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으로 소개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CNN고는 2009년 아시아 지역 여행 정보를 모아놓은 웹사이트로 출발해 전 세계 정보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CNN 사업 확장의 대표적 히트작으로 꼽힌다. 그 성공 뒤에 유밍 라우(46) 터너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사장이 있다. CNN고의 아이디어를 내고, 이후 관련 업무를 총지휘했다.

  최근 업무차 방한한 라우 부사장은 “CNN고는 내 자식 같은 존재”라며 “글로벌 시대일수록 로컬 콘텐트가 중요하다는 믿음에서 CNN고를 출범시켰다”고 했다. 미디어 산업의 핵심은 결국 콘텐트이고, 글로벌 시대일수록 미디어 소비자들은 현지의 다양한 정보를 원할 거라 판단했다고 한다. “현지인들만 알고 있는 정보에 지구촌 소비자들이 호응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예감은 적중했다. CNN고에서 다루는 내용은 세계 각지에서 화제가 됐다.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 발굴 기사가 CNN의 인기 콘텐트로 떠올랐다. 글과 동영상을 올리는 기자(객원 기자 포함)만도 800명을 훌쩍 넘겼다. 이달 초엔 아예 여행정보 전문 사이트인 ‘CNN 트래블(CNN Travel)’로 확대 개편됐다.

  CNN고는 그러나 라우 부사장이 하는 일의 일부일 따름이다. 그는 홍콩에 본부를 둔 터너인터내셔널에서 한국·중국·일본 시장을 총괄한다. CNN등 굵직한 국제적 방송 채널을 보유한 터너인터내셔널은 세계적 종합미디어그룹 타임워너의 자회사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와도 손잡고 2006년부터 카툰네트워크 코리아를, 2009년부터는 QTV를 국내에서 함께 운영해왔다. 2010년부터는 QTV의 콘텐트를 해외로 배급하고 있다. 그는 “한국 미디어 시장엔 특유의 역동적 에너지가 넘친다”며 “안정화됐지만 다소 침체된 일본이나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은 중국 시장과 달리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라우는 건축학과를 나온, 건축설계사였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으며 미디어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터너인터내셔널엔 2002년 아시아 사업개발 팀장으로 입사해 2008년 수석 부사장으로 고속승진했다. “10가지 일을 다 잘하려다 평범한 결과를 내느니 우선순위를 정해 세 가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도록 매진했다”는 게 그가 꼽는 성공 비결이다. “글로벌 미디어 환경이 어렵죠. 하지만 시각을 달리하고 차별화를 꾀하면 길은 있습니다. 내실있는 콘텐트를 내놓으면 시청자는 이를 알아줍니다.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니까요.”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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