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도시바 제의로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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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일본 도시바로부터 메모리반도체 부분인수 제의를 받고 사업적인 타당성과는 별도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도시바의 의사타진을 받고 인수여부에 대한검토에 들어갔으나 인수에 따른 실익을 따지는 사업적 타당성 외에 국내적으로는 하이닉스반도체 문제, 대외적으로 도시바와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우선 하이닉스 문제의 경우 삼성전자가 도시바의 제의를 검토하는 단계부터 부담이 되고 있다.

하이닉스가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국내업체인 하이닉스를 놔두고 도시바의 메모리분야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나설 경우 여러가지 국내 정서상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작년에 4위를 기록한 도시바의 사업을 적정한 가격에 인수할 수만 있다면 세계 1위를 더욱 확고히 하며 시장지배력을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이닉스 문제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반도체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는 달리 고 이병철 회장때부터 도시바와 가전분야를 시작으로 맺어온 기술제휴 등 그동안의 밀접한 협력관계 역시 삼성전자에 짐이 되고 있다.

즉 반도체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에 대한 부담 등으로도시바의 사업을 인수할 시기가 아니라는 결정이 빨리 내려진다 하더라도 도시바의제의를 묵살하듯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제의를 검토중이라고 밝히면서 도시바에대한 예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도시바의 제의는 사업적 타당성을 따지는 것과는 별개로 하이닉스 문제 및 도시바와의 관계 등에서부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인수여부에 대한 최종결정은 전적으로 사업적 타당성에 따라 이뤄질 수 밖에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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