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전용 영화관 불가피하다

중앙일보

입력

헌법재판소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민간 자율기관이 아닌 실질적인 행정기관이라는 판단 아래 상영등급 분류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한 영화진흥법 제21조 제4항을 사전검열로 해석, 위헌(違憲) 으로 결정했다.

이제 다시 영화법 손질은 불가피해졌다. 헌재 결정을 준수하기 위해선 영상물등급위를 완전 민간 자율기구로 하고 성인 전용관을 만들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게 됐다.

이번 결정에서 특히 영상물등급위를 실질적 행정기관으로 해석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영상물등급위는 공연윤리위원회나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를 행정기관으로 인정해 검열기관이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따라 새로 만든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행정기관으로 판단함으로써 차후 등급 판정에 불복하고 헌법소원 등을 낼 경우 상영등급 분류도 위헌 결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영상물 등급은 전체, 12세 이상, 15세 이상, 18세 이상 등 4등급으로 관람을 허가해 왔다. 그러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미풍양속.국익 등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석달 이내 기간을 정해 상영등급의 분류를 보류할 수 있다.

보류 판정을 받으면 영화 제작사들은 자체적으로 문제 장면을 정리, 다시 제출해 등급 판정을 따냈다. 이는 공윤 등에서 심의위원이 일방적으로 가위질을 했던 것보다 진일보한 것이었으나 헌재의 '철저한 표현의 자유' 의 벽을 넘지 못했다.

따라서 영상물등급위를 완전한 민간 자율기구로 바꾸고 등급 외 판정을 받은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영화관을 마련하도록 법을 개정해야만 제2, 제3의 위헌 파동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외국의 예처럼 등급 외 판정을 받은 영화는 비디오물 제작.광고를 금지하고 전용영화관을 대로변에 설치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을 명문화해 '표현의 자유시대' 를 살아가는 청소년에 대한 보호를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1년이면 국내외 영화 약 5백편이 등급 판정을 받고 있다. 한시바삐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