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프랑스 역전골 이지은

중앙일보

입력

"남자팀이 컨페드컵 때 프랑스에 0-5로 진 것을 조금이나마 되갚아준 것 같아 가슴 후련합니다."

31일 오후 베이징 시아농탄스타디움은 후반 47분 이지은(22.숭민)의 통렬한 오른발 슛이 프랑스 골네트를 가르자 `짜요(힘내라)'를 외치며 한국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던 중국 관중의 함성으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3-1로 리드하다 후반 막판 내리 3골을 내준 프랑스 선수들은 역전패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다 한동안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채 흐느꼈다.

남자팀이 당한 참패를 시원하게 설욕한 한국낭자군의 선봉에는 역시 이지은 이섰다.

이날 동갑내기 팀 동료인 강선미와 투톱을 이룬 이지은은 2골차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중반 포백수비의 센터백에서 리베로로 변신한 주장 이명화(INI스틸)와 함께 상대 진영을 헤집으며 결국 팀 승리를 이끌어 냈다.

지난해 12월 대표팀에 합류한 이지은은 울산 현대청운중 2년 때 그저 공차기가 재미있어 축구에 입문한 타고난 골잡이. 청운고와 한양여대를 거쳐 지난해 숭민에 입단하며 한국여자축구의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키가 160㎝에 불과, 공중볼에 약하고 발까지 느려 공격수로서는 미흡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장신 수비 숲을 헤치는 돌파력과 눈부신 개인기에다 남자 못지않은 강력한 슈팅력을 지녔다.

이달 토토컵 국제대회에서 2골을 넣어 강선미, 곽미희(INI스틸)와 함께 공동 득점랭킹 1위에 오른 이지은은 특히 수비수를 등지는 플레이에 능하고 근성 또한 강해 여자축구의 미래를 이끌 기대주로 평가되고 있다.

대표팀 감독이 장래 희망이라고 당당히 밝히는 그는 "토토컵에 이어 이번 U대회에 입상함으로써 무엇보다 우리 여자축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똘망똘망한 눈으로 활짝 웃어 보였다.

이교목(46), 박봉순(45)씨 사이의 3자매 중 장녀로 축구에 입문할 때 "여자가 무슨 축구냐"며 집안의 반대가 심했지만 이제 부모가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고 자랑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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