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집트의 본선행 마지막 희망

중앙일보

입력

이집트의 '뒤집기' 가 가능할까.

2002 한.일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탈락한 이집트가 본선에 오를 수 있는 절묘한 단서를 잡았다. 이집트는 지난 7월22일 알제리와 C조 마지막 원정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1-1 무승부. 승점 13이 된 이집트는 승점 15의 세네갈에게 본선행 티켓을 넘겨야 했다.

그런데 이집트가 이날 경기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유인 즉 후반 15분 자신들이 선취골을 넣자 흥분한 알제리 관중들이 운동장 안으로 돌과 물병을 집어 던졌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선수들이 운동장 한가운데 쫓기듯 몰려 15분간 떨었다는 것. 결국 심리적으로 위축된 나머지 경기 속개 8분만에 동점골을 내줬다는 설명이다.

경기 직후 이집트는 알제리 관중들의 난동장면과 자국 선수들이 떨고 있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국제축구연맹 (FIFA)에 제출하고, 중립구장 (제3국)에서 재경기를 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바로 1일 (현지시간) 이 요청에 대한 답변이 나오는데, 만약 재경기가 성사되고, 이집트가 알제리를 세골차 이상으로 이길 경우 본선 진출권은 세네갈에서 이집트로 옮겨간다.

세네갈 축구협회측은 이집트의 이런 노력을 "어리석은 짓" 이라고 비난한 뒤 "예선탈락을 인정할 수 없는 이집트가 정치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신경쓰지 않는다" 고 말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집트가 이번에 동원한 방법이 사실은 8년전 자신들이 당했던 방법이라는 점이다. 1993년 미국 월드컵 예선에서 이집트는 짐바브웨와 홈경기에서 2-1로 승리했지만, 경기도중 관중들이 짐바브웨 선수들을 향해 돌을 던진 것이 문제가 돼 FIFA의 지시로 중립구장인 프랑스 리용에서 재경기를 가졌다가 무승부가 돼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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