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협상 결렬 부른 여론조사, 2002년 문항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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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측이 19, 20일 이틀간의 협상에서 단일화 방식의 하나로 여론조사를 하는 데는 합의했으나, 설문 표현을 놓고 대립해 협상이 결렬됐다. 21일 밤 10시 KBS가 생중계하는 100분간의 단일화 TV토론을 앞두고도 하루 전까지 단일화 룰에 합의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이 이날 오후 8시 양측이 협상장에서 제시한 여론조사 방식을 모두 공개하자 안 후보 측이 반발하면서 협상을 보이콧해 논의가 두 시간 동안 중단되는 파행사태까지 겪었다.

 양측은 21일 오전 9시부터 룰 협상을 속개할 예정이다. 양측 협상팀의 대치가 이어지자 두 후보가 결국 담판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20일 “양쪽 모두 지금 입장을 관철하려 한다면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안 후보 측 관계자도 “어느 쪽 협상팀이든 자기 후보에게 불리한 선택을 할 순 없는 상황이라, 후보 간 담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안 후보 측은 문·안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가상의 양자 대결을 벌이는 방식으로 박 후보에 대한 경쟁력을 평가하자고 제안했다. 유권자를 대상으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맞붙을 경우 누구를 지지하십니까”와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맞붙을 경우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은 후보 쪽으로 단일화하자는 것이다.

 반면 문 후보 측은 야권후보로서의 ‘적합도’를 조사하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경쟁할 후보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누가 적합하다고 보십니까”란 질문을 하자는 얘기다. 문 후보 측은 박 후보 지지자의 ‘역선택’ 방지를 위해 여론조사에서 제외시킬 응답자를 ‘새누리당 지지자’로 하자고 요구했다.

 두 후보 측이 제안한 문항은 기존 여론조사 결과를 대입해 볼 때 자기 후보에겐 유리하고 상대 후보에겐 불리한 방식이다. 안 후보는 그동안 박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문 후보를 앞서왔다.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문 후보가 안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았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지난 18일 안 후보 측이 결정하는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양보의 뜻을 밝혔지만 이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먼저 협상내용을 비공개로 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론조사를 논의하고 있다고 언론에 흘렸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 측이 19일 제안한 공론조사 방식을 우리가 거부해 협상이 공전한 것처럼 나온 일부 보도는 안 후보 측의 언론플레이”라고 주장했다. 협상팀원인 김기식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새벽에 배달된 한 신문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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