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은 인술 17년째 259명 다시 뛰게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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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가천대 길병원에서 열린 ‘몽골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 축하파티’에서 몽골 어린이들과 의료진이 자리를 함께했다. [사진 가천대길병원]

‘아무드랄윽 우흐레스 아와르츠 볼라상(죽음의 문턱에 선 인생을 구해 주었습니다)’.

 20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가천대길병원의 뇌과학연구소 회의실. 평소 임상회의가 열리는 이곳에 유목민 특유의 창법이 인상적인 몽골 노래가 울려퍼졌다.

 10여 일 전 울란바토르에서 한 살배기 아들 자르갈랑과 함께 한국에 온 어머니 아탕졸(37)의 ‘감사의 마음’이라는 몽골 민요였다. 자르갈랑은 가천대길병원 초청으로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

 회의실 전체가 색색의 풍선과 색종이들로 치장된 ‘몽골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 축하파티’ 자리였다. 이미 수술을 마친 몽골 어린이 5명과 이번 주 수술을 앞둔 어린이 5명 등은 엄마 품에 안겨 재롱을 떨었다. “올 2월 태어난 딸의 심장병 때문에 그간 많이 울었습니다. 우리 딸에게 이렇게 건강한 심장을 선물해 주신 것에 대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10가족의 대표로 감사 편지를 읽던 촐온체첵(32·여)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가천길재단 이길녀 회장은 “애룰 벌산더 다이르스테 바인다(완치를 축하합니다)”라는 몽골어로 화답했다.

 이길녀 회장은 올해로 17년째 ‘저개발국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 사업을 하고 있다. 1996년부터 이번 몽골 어린이들 수술까지 13개국 259명을 초청해 건강한 심장을 되찾게 해줬다.

 가천대길병원은 2007년부터 인천시와 아시아권 자매도시 심장병 어린이들을 치료하는 협약을 맺고 사업을 확대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베트남 하이퐁, 필리핀 마닐라 등 인천의 자매도시들을 찾아가 심장병 무료검진, 현지 한글학교 지원 등의 의료봉사를 펴고 있다.

 길병원 의료진은 지난 9월 울란바토르를 방문해 어린이를 상대로 검진활동을 했다. 그 결과 수술이 시급한 10명을 선정해 초청했다. 당시 몽골을 방문했던 박국양(흉부외과) 의료부원장은 “30∼40명의 어린이를 다 데려오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번 초청 수술을 후원한 밀알심장재단·포항심장병후원회 등 단체들은 “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성장한 후 한국 유학을 초청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천대길병원 측은 지난해 11월에는 아나쉬(2), 페리잣(5) 등 키르기스스탄 어린이 2명을 초청해 새 삶을 찾아줬다. 페리잣의 어머니는 아들의 생명이 위급해지자 오툰바예바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고, 이 나라의 한국인 고문을 통해 안타까운 사연이 가천대길병원에까지 전달된 것이다. 이길녀 회장은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수많은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를 최대한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축하파티에는 국제구호단체 GOL(Gift of Life)에서 활동 중인 이길우(33· 미국명 브레드 헬버슨)씨도 참석했다. 이씨는 1983년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심장병 수술을 받은 후 가난한 나라의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한 구호활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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