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 나스닥에 휘둘리는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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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미국발 악재와 하이닉스반도체에 휘둘리고 있다.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 관계자의 발언이나 꼬리를 물고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에 따라 국내 증시는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하이닉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주식투자자는 물론 채권형 펀드가입자들도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 하이닉스 채권의 편입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하이닉스에 휘둘리는 증시〓하이닉스 주가가 널뛰기를 하자 종합지수도 출렁거렸다. 하이닉스의 구매이행보증을 선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등 현대 계열사는 물론 빅딜 대금을 일부 받지 못한 LG전자까지 유탄을 맞았다.

하이닉스 주가는 30일 하한가로 곤두박질쳤으나 31일 열릴 채권단 회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투기적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전날보다 5.88% 내린 8백80원에 장을 마쳤다.

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60%가 넘는 4억2천여만주가 거래되며 단일 종목으로 하루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사흘 연속 가파르게 하락했던 현대중공업은 하이닉스 주식 보유와 구매보증에 따른 손실이 예상보다 적다고 밝힌 데 힘입어 하락에서 벗어났다. 반면 LG전자는 반도체 빅딜 당시의 매각대금 4천억원을 받지 못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며 3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증시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파장이 너무 커 당분간 증시의 하이닉스 눈치보기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 투신사도 유탄 걱정=증권사와 투신사에는 최근 가입한 펀드에 하이닉스 회사채가 들어있는지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대우채 환매 중단 사태와 같은 손실을 피해 서둘려 환매하려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투신사들은 그러나 "일반 시가평가형 펀드에는 하이닉스 회사채가 거의 편입돼 있지 않아 고객 손실 위험은 크지 않다" 고 설명한다.

투신권이 보유한 하이닉스 회사채 1조2천억원 대부분이 회사 고유계정에 미매각 자산으로 들어있거나 하이일드.CBO펀드에 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일드.CBO펀드에는 최고 10%까지 편입된 경우가 있어 편입 내용을 확인 한 뒤 환매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끝이 없는 미국발 악재=이번주 들어 발표된 미국의 8월중 소비자신뢰지수와 2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국내 증시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조짐을 경제지표에서 감지할 수 없게 되자 세계 증시에는 실망매물이 쏟아졌다.

9월 들어 본격적으로 발표될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예상실적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28일 선마이크로 시스템스의 3분기 추정 실적을 낮춰 잡았고, 인텔의 경쟁업체인 AMD는 29일 3분기 실적이 2분기에 비해 15%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PC업체인 게이트웨이가 전체 인력 중 25%를 줄이겠다고 밝히는 등 감원발표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뚜렷한 순매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증권 리서치 센터 정태욱 이사는 "당분간 국내 증시는 미국기업들의 실적 악화 경고로 인해 약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고 전망했다.

이희성.나현철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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