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스즈키 자동차 스즈키 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의미도 없는 실업률 5%에 웬 호들갑이냐. "

일본 스즈키자동차의 스즈키 오사무(鈴木修.71)회장이 고실업시대를 맞았다며 떠들썩한 일본 정.재계를 향해 호통을 쳤다.

수시로 공장을 찾는 '현장경영인' 으로 유명한 그는 실업자 중에는 여전히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고 가난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스즈키 회장이 29일자 닛케이(日經)산업신문을 통해 제기한 '고실업 이론(異論)' 이다.

◇ 부자 실업자 많다=실업률의 높고 낮음은 별 의미가 없다. '실업=생활고' 라는 등식은 깨진 지 오래다.

감원을 한다지만 일본 기업들은 퇴직금을 두둑히 주기 때문에 부자 실업자가 꽤 많다. 따라서 실업률이 높아졌다고 갑자기 무슨 변고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20세기의 잣대로는 21세기가 잘 안보인다. 또 대학생 중에는 일 안하고 노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나중에 실업자가 되면 실업률은 10%에 육박할 것이다.

◇ 다시 호된 맛을 봐야 정신 차린다=실업률은 높아졌지만 공장에서는 생산직 구하기가 어렵다. 작업환경이 과거에 비해 훨씬 쾌적해졌는데도 땀 흘려 일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즈키는 모자라는 인력을 외국인으로 채우고 있다. 이런데도 고실업인가. 일본인은 다시 한번 호된 가난을 맛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 정부지원이 나태 키운다=의미도 없는 통계에 놀라 실업보험의 지급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당도 있다.

실업자 지원정책을 펴면 국가가 '일하지 않아도 된다' 고 가르치는 꼴이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지를 확실하게 파악한 뒤 직업훈련을 시키는 방향으로 실업대책을 펴야 한다.

◇ 노동시장, 외국인에 더 개방해야=외국근로자가 들어오면 일본인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제조현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일본 젊은이들은 제조현장을 기피하고 있다. 이대로면 제조업이 설 땅이 없어진다.

일할 의욕과 기술이 있는 사람은 국적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스즈키 공장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결근도 안하고 잔업도 기꺼이 한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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