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unday] ‘사람’ 빠진 스마트 교육은 공허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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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호 31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환상적인 정보기술(IT) 환경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럼, 이런 최적의 조건을 기반으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충분히 짐작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매년 발표하는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를 살펴보자.

지난해 한국인은 인터넷으로 자료 및 정보를 얻었고(92%·이하 복수응답), e-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소통했으며(87.9%),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여가활동의 도구(87.9%)로도 사용했다. 인터넷을 통해 무엇인가를 사거나 판 사람(58.4%) 도 많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 사용자들도 비슷하다. 자료 검색 및 정보 습득을 하고(71.7%), 음악(70.1%)을 듣고, 뉴스를 읽고(57.6%), 메신저(56.1%)를 이용한다.

‘인재대국’을 만들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교육(본지 11월 11일자 1, 8면)을 취재하면서 인터넷과 스마트기기로 인류는 얼마나 진화했는지를 생각해 봤다. 분명 편리해진 점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인터넷 이용실태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별난 활동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시간이 많이 걸려 귀찮았던 일(가령 은행 업무나 논문 목록 검색)을 몇 분 안에 할 수 있어 시간을 벌기도 하고 중독성이 강한 콘텐트에 빠져 지내느라 시간을 버리기도 한다.

스마트교육의 목표는 창조적인 인재 육성이다. 이를 위해선 학교에 클라우드(인터넷 상의 서버를 통해 여러 컴퓨터가 IT관련 서비스를 한번에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교육망에 접속해 공부하고, 언제 어디서나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다. 이미 도처에 공개·공유돼 있는 지식을 잘 끌어모으고, 원활한 소통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 내면서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논리다.

과연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창조적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은 현실이 될까. 아쉽게도 그리 단순하지 않다. 토론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클라우드망 유무와는 무관하다. 그보단 이런 활동을 할 의지가 있는지의 문제다. 지금 그 의지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입시용 문제 풀이, 점수 따기에 도움이 되질 않기 때문이다. 교사와 동료와의 소통이라는 목표도 공허하다. 휴대전화를 포함해 각종 SNS, 복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를 쉽게 뒤집지 못한다.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스마트교육 전략엔 스마트교육으로 무엇을 해결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런 문제는 교실에 어떤 기술을 도입할지를 고민해서 풀리지는 않는다. 무엇을 위한 교육을 할 것인지를 얘기할 때 나올 답이다. 기술은 거들 뿐, 교육현장에서의 변화는 결국 사람이 이끌어 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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