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내조, 리커창 부인 청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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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2인자 리커창(李克强·57)의 부인 청훙(程虹·55·사진) 여사처럼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인물도 드물다. 전업주부라서 그런 건 아니다. 그는 베이징의 수도경제무역대 영문과 교수다. 다만 대외 행보를 삼가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보수적인 공산당 원로들과 민심을 의식해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중국 정가의 룰을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에 따르면 청 여사는 최근 미국 자연문학과 생태비평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문학 전공으로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편인 리커창이 2007년 10월 중국 공산당의 최고 권부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들어가자 강의를 중단하고 문학 연구에만 집중해 왔다.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957년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태어난 청훙은 문화혁명 기간(1966~1976)에 하방 생활을 통해 육체노동을 경험했다. 하방(下放)은 ‘하방 운동’에서 유래된 말로 당·정부·군 간부와 지식인들을 농촌이나 공장에 내려보내 노동에 종사하게 한 운동이다. 문혁이 끝나자 그는 베이징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부친 청진루이(程金瑞)는 리커창의 공직 배경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원로 출신이다. 그는 후야오방(胡耀邦) 당 총서기, 후치리(胡啓立) 당 중앙서기처 서기 등과 가깝게 지냈다. 리커창이 공직 경력을 쌓는 데 음양으로 부친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모친 류이칭(劉益淸)은 신화통신 기자로 활동했다. 리커창의 부모는 현재 국무원 빈민구제판공실 고문과 중국빈민구제개별협회 상무이사를 각각 맡고 있다.

 청훙은 1983년 친구의 소개로 당시 베이징대 공청단 서기인 리커창을 만나 결혼했다. 이후 그는 공식 행사장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등 로키(low-key) 행보로 일관했다. 대학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이 뽑은 ‘내 마음속 걸출한 교수 10명’에 두 차례나 들었다. 미국에 방문교수로 연수를 간 적도 있다. 영어 실력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커창이 영어 통역 없이 귀빈과 교류할 정도로 상당한 영어 실력을 갖춘 배경에는 부인의 도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베이징 외교가는 리커창이 2인자로 부상한 것을 계기로 청 여사가 베일을 벗어 던지고 중국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데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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