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보안요원, 쥐포훔친 30대女 협박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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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2월 인천 소재 홈플러스 매장에서 빵 등 3만원어치를 훔친 B씨(31·왼쪽)를 보안 요원 2명이 심문하고 있다. B씨는 이날 150만원을 갈취당했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주부 A씨(35)는 1만원짜리 쥐포 한 봉지를 훔치려다 이 매장 보안팀장 이모(37)씨에게 붙잡혔다. 사법 권한이 없는 보안요원은 절도범을 즉시 경찰에 넘겨야 한다. 하지만 이씨는 A씨를 보안팀 사무실로 데려갔다. 이씨는 다른 보안요원 2명과 함께 A씨를 사무실에 가둬둔 채 한 시간 동안 협박했다. “경찰로 넘기면 전과자가 됩니다. 가족에게도 알릴 수 있습니다. 합의금 300만원을 내면 그냥 풀어드리죠.” 결국 A씨는 그 자리에서 현금 50만원을 내고, 나머지 250만원을 송금해 주기로 하고서야 풀려났다.

 ‘좀도둑’을 협박해 거액을 뜯어낸 대형마트의 보안 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절도범을 협박해 거액을 갈취한 혐의(공동공갈 등)로 홈플러스 보안요원 51명을 검거해 이씨 등 3명을 구속하고 4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보안요원의 범행을 묵인하고 심문·협박 등을 유도한 혐의(경비업법 위반)로 홈플러스 전·현직 지점장 13명과 보안요원 파견 업체 임직원 4명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절도범 3명을 협박해 1150만원을 갈취한 인천 남동서 유모(34) 경장을 구속하고 도주한 이모(35) 경장의 행방을 쫓고 있다.

 적발된 보안요원들은 홈플러스와 계약을 맺은 경비업체 3곳에서 파견됐다. 서울과 수도권 홈플러스 10개 지점에서 일했다. 이들은 2010년 7월부터 올 7월까지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된 130명을 협박해 2억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1억5000만원은 매장의 손실을 보전하는 데 쓰였고, 나머지 5000만원은 구속된 보안팀장 3명이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보안요원들은 주로 20~40대 여성들을 노렸다. 물건을 훔치다 적발된 이들 중엔 공무원·방송국 직원도 끼어있었다.

 경찰이 입수한 홈플러스의 ‘보안 협력사 평가·계약 입찰 기준’에 따르면 보안요원들은 ▶절도 사건 한 건에 100만원 이상 합의금을 받아 손실을 보전하면 가산점을 받고 ▶매달 적발건수가 10건이 안 되거나 손실 보전액이 80만원 미만이면 벌점을 받도록 돼 있다.

 경찰은 또 보안요원들이 절도범에게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가짜 영수증을 만든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은 이를 회사 차원에서 합의금 갈취를 방조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보안요원들이 가짜 영수증을 만들기 위해선 지점 간부와 계산대 직원 등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보안업체 팀장의 개인 비리로 우리도 피해자”라며 “회사 차원에서 범행을 묵인했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해명했다. 또 “보안용역업체 측에 현장 적발되거나 사법기관에서 절도 내용이 확인된 사항에 한해 정상적인 상품금액만을 변제받도록 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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