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저마다 생존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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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준비는 끝났다. 1등만이 살아남는다'-.

하나은행.우리금융지주.외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28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고 이 같은 취지의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경영성적표를 들고 주주들 앞에 선 은행장들은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며 "전열을 가다듬고 선도 은행으로 나서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날 하나은행 주총에서 새로 선임된 김종열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지금 가장 큰 임무는 선도은행으로 부상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가계 및 기업고객본부 위주로 조직의 판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공격 경영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 행장은 특히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따라올 수 없는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해진 고객의 욕구를 누가 만족시키느냐가 승부처"라며 "성과급제를 대폭 강화해 조직에 역동성과 전문성을 불어넣어 반드시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김승유 전 하나은행장도 주총에서 "금융 업종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전방위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이젠 규모의 우위보다는 고객 수요에 맞춘 상품 및 서비스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황영기 회장도 분발을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 1조3000억원이라는 금융권 최고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도전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회장은 "1등만이 살아남는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며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외국계의 진출로 생존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역시 "덩치만 크다고 좋은 게 아니고, 덩치가 커진다고 질적으로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며 외형 확장보다는 질적 개선에 힘쓸 것임을 못 박았다. 다만 "은행은 물론이고 증권.투신.카드.보험을 아우르는 유니버설 뱅킹 체제를 확고히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로버트 웨커 행장도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암울한 시기에서 벗어나 수익성 높은 은행으로 부상한 것이 성과"라고 자부하면서도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많은 난관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로버트 팰런(전 행장) 이사회 의장도 "3개년 발전계획을 아직 달성하지 못한 만큼 더욱 과감하게 변화할 때"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우리금융의 주총에선 그동안 논란이었던 스톡옵션 부여 안건이 부결됐다. 대주주(지분율 78.5%)인 예금보험공사가 대리인을 통해 임원 42명(132만5000주)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안에 반대 의사를 전달하자 안건은 찬반투표 없이 바로 부결 처리됐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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