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BS '여고시절' 이주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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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의 꿈을 다 이루고 사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고 세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하는 세태라면 이혼녀의 삶은 예외적이라기보다 일반적이라고 봐야지요."

내달 2일 첫 방송되는 SBS의 새 주말 시트콤「여고시절」(매주 일요일 밤 9시50분)에 임성민 이유진 등과 함께 단짝 친구로 출연하는 이주희(28)는 훗날 카페를 운영하는 이혼녀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작년 한해 약 33만쌍이 결혼하고 약 12만쌍(하루 평균 329쌍)이 이혼한 사실에비춰보면 이 씨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성민은 조폭들도 벌벌떠는 여검사가 되고 유진은 학창시절 사모하던 선생님(정보석)과 결혼하지만 이 시트콤에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했다는 도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혼한 사실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조금은 푼수끼를 간직한 채 그런대로 떳떳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계원여고에 이어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93학번)한 뒤 석사과정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결혼도 하지 않은 그로서는 이혼녀의 역할이나 이미지와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1남2녀중 막내인 이주희는 88년 중학 2학년때 존슨즈 베이비 로션 CF에 출연한것을 시작으로 고등학생때는 청춘영화 '17살의 쿠데타'를 찍었고 작년 청춘시트콤「행진」등 몇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그의 이미지는 여전히 깔끔하고 청순하다.

"대학 졸업하기 전까지는 부끄럼도 많이 타고 내성적이었지만 많이 바뀌더라구요." 촬영장에서도 말 수가 적고 쉴 때도 그저 조용히 앉아 있는 등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연기할 때는 그렇지 않단다. 항상 나서기를 좋아하고 때로는 섣불리 나섰다가창피를 당하는 여고생 모습을 연기할 때도 별 부담이 없다고 말한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때로는 요염하고 때로는 고상한 척 하고, 나이 많은 형사반장(남포동)의 짝사랑에 어이없어하는 처녀 같은 이혼녀의 코믹한 연기를 기대해도좋단다.

연기 욕심이 생겨도 스스로 나서서 하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기회가오기만을 기다리는가하면 주어진 배역을 충실히 소화하는데 만족해 하는 자신이 때로는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적극적으로 연기경험을 쌓아가는 선후배 동료들이 부러울때도 있지만 그렇다고안되는 것을 억지로 할 수는 없잖아요..." 연기자로서의 욕심도 있지만 이 욕심만을좇지는 않겠다는 것.

석사 과정을 밟는 것은 이런 자신의 성격과 연기에 대한 자기실현의 욕구를 서두르지 않고 충족시켜 나가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할 수 있다면 박사과정까지 밟을 생각도 하고 있다.

시간이 날때면 영화를 많이 보고 요즘엔 '천국의 아이들'과 같은 영화를 즐겨본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떤 결혼 상대를 원하느냐고 물으니 서슴없이 대답한다. "내가 아담한 편이고 막내니까 훤칠하고 아량 있는 사람이면 좋겠지요." 직업은 불문이고 자기분야에서즐겁게 열심이 일하는 사람이면 좋다고.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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