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지나친 승부욕으로 그라운드 시비 속출

중앙일보

입력

신생팀 기아와 이종범의 등장으로 모처럼 열기가 되살아난 프로야구 그라운드가 선수단의 지나친 승부욕에 따른 판정시비로 얼룩지고 있다.

18일 토요일을 맞아 전국 4개구장에 열린 프로야구는 총 4만여명의 관중이 늦여름 밤 백구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으나 잠실구장을 제외한 3곳에서 빈볼시비와 매끄럽지 못한 심판 판정에 대한 감독들의 항의가 속출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날 대구구장에서는 삼성이 6-2로 앞선 6회 이승엽이 자신의 시즌 30호 홈런을 쏘아올려 프로야구 최초로 5년연속 30홈런의 기록을 수립했으나 다음 타자 마르티네스 타석때 한화 투수 김병준이 빈볼을 던져 난투극이 벌어졌다.

마르티네스는 자신의 머리로 공이 날아오자 발끈해 김병준과 주먹다짐을 벌였고 이 순간 양팀 더그아웃에서 선수단이 모두 몰려나와 난장판이 벌어졌다.

경기는 13분 뒤에야 재개됐고 마르티네스와 빈볼을 던진 김병준은 퇴장당했고 과격한 행동을 보인 삼성의 또 다른 용병 바에르가와 양팀 코칭스태프는 일제히 경고를 받았다.

인천구장에서도 빈볼이 나와 SK 투수 박상근이 퇴장당했다.

두산이 5-2로 앞선 7회초 무사 만루에서 박상근은 우즈에게 만루홈런을 두들겨 맞고 난 뒤 후속타자 심재학에게 초구에 가슴쪽으로 빈볼을 던져 곧바로 퇴장됐다.

광주구장에서는 양팀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느라 경기가 2차례나 중단됐다.

롯데 공격인 2회초 1사 1,3루에서 김주찬의 우익수쪽 직선타구때 이를 바로 잡았는 지 여부와 3루 주자인 허문회의 리터치 여부를 놓고 김성한 기아 감독이 9분동안이나 심판들과 언쟁을 벌였다.

공수 교대 뒤에는 우용득 롯데 감독대행이 투수 김사율의 보크를 놓고 심판들과 목소리를 높여 다시 경기가 중단되는 등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짜증스럽게 했다.

최근 들어 판정시비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것은 중.하위권 팀들의 순위다툼이 유례없이 치열해지면서 각팀 코칭스태프의 신경이 지나치게 곤두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중견 심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줄줄이 그라운드를 떠난 뒤 경험많고 노련한 KBO 심판이 줄어든 것도 감독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랜 침체기에 빠졌던 프로야구는 후반기 들어 관중 증가세를 돌아섰지만 감독들의 지나친 이기심과 심판들의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팬들을 도로 쫓아내지 않을 까 우려된다.(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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