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 야유받는 챔피언 예고로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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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12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에드먼턴 커먼웰스스타디움. 여자 5,000m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올가 예고로바(러시아) 가 마지막 스퍼트를하며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자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자국 선수들이 한개의 메달도 따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모든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 찬사를 받던 캐나다 관중들이 챔피언을 향해 야유를 보낸 이유는 예고로바가 약물 의혹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 관중들은 경기 시작전에도 예고로바가 소개되자 일제히 야유를 보냈고 `약물 선수는 나가라'라는 등의 현수막을 들고 스탠드에 앉아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결국 이 종목 3연패를 노리던 `여자 중거리의 여왕' 가브리엘라 스자보(루마니아) 의 아성을 무너뜨린 예고로바는 승리의 세레모니도 없이 관중들의 야유에 쫓기듯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예고로바의 대회 출전 문제는 대회 시작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국제육상연맹(IAAF) 이 지난달 지구력 강화제인 EPO에 양성반응을 받은 예고로바를 2차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회 출전을 허락하자 스자보가 `약물복용 선수와 함께 뛸 수 없다'며 이 종목 출전을 거부한 것. 결국 IAAF의 결정을 존중해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스자보는 이날 경기에서 8위에 그친 뒤 "나에게는 예고로바가 챔피언이 아니다"며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 볼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혀 당분간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하지만 예고로바는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관중들의 야유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았다"며 "이 대회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우승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 예고로바는 "2차 검사 결과가 나오면 나의 결백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는 끝났지만 약물을 둘러싼 잡음으로 올해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는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에드먼턴=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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