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5조 더 풀어 장기침체 심화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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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2%대로 낮아질 경우를 대비해 5조원 정도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포함하는 비상계획을 세웠다. 경제 전망이 그만큼 나쁘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 초만 해도 연 5~6%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당시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올해는 1분기 경기가 가장 나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회복이 불투명해지고 수출의 대들보인 반도체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성장률 전망을 4~5%, 4%대 초반으로 계속 낮췄다. 그러면서 3분기 경기가 가장 나쁠 것이란 단서를 붙였다.

최근에는 외국계 투자은행 등에서 연간 성장률이 2%대로 낮아지리란 전망까지 나왔다. 성장률이 2%대를 기록할 경우 실업 증가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경기가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한발 앞선 대비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 나빠지는 지표=수출과 산업생산.설비투자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7월 수출은 1년 전보다 20%, 6월 산업생산은 2.7% 감소했다.

기업 경영자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도 5월을 정점으로 다시 낮아졌다.

6월 중 서비스업 활동동향도 아직 감소세는 아니지만 증가율이 둔화됐고, 그나마 경기를 지탱하는 내수도 수출과 산업생산의 감소세가 이어지면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성장률 통계를 내는 한국은행은 2분기 성장률(오는 22일께 발표)이 3%를 겨우 넘거나 2%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에 2%대의 성장률을 나타내리라는 전망에 이의를 다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1분기에 5%를 기록했던 광공업 분야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2분기에 1.7%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중 서비스업의 비중이 40% 정도로 가장 크고 광공업이 30%, 건설 및 농림어업이 나머지 30%를 차지한다. 2분기 성장률이 3%대가 되려면 서비스업과 광공업 생산이 각각 6%와 2% 정도 증가해야 하는데 그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 비상계획이 실행되면=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가라앉지 않도록 미리 손을 쓰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부는 통합재정수지로 볼 때 GDP 대비 2%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늘릴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된 5조1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재정적자를 1%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었다.

재정적자 1% 감수는 5조원 정도의 자금 공급을 의미한다. 5조원을 어디에 쓸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사회간접자본(SOC)투자 등을 늘려 성장률 하락에 따른 실업 증가를 억제할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5조원의 돈이 풀리면 성장률이 0.7~0.9%포인트 높아지는 효과를 낸다" 고 설명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는 "재정적자 관리 목표 1%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면서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통화신용정책 등과 적절하게 조합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정부도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 경기를 진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금리 추가 인하와 함께 지나친 원화가치 상승(환율은 낮아짐)을 억제할 방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조동철 연구위원은 "재정 지출 규모가 GDP 대비 25~26%로 외환위기 이전(20~21%)보다 많아졌다" 면서 "재정 지출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금리 인하 등 통화신용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나중에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송상훈.정철근.이상렬 기자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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