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인스 민혜진 사장 20억원 회사 키워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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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인스(http://www.insdesign.co.kr) 민혜진 사장(32)은 97년 9월의 일을 잊을 수 없다. 5년 반 이상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내로라 하는 화장품 회사의 패키지 디자이너 직이었다. 대학 졸업 후 어렵게 구한 직장이었다. 하지만 딸에게 보다 많은 시간을 쏟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 그해 말 불어닥친 IMF 한파는 더욱 움츠려 들게 했다. 이직으로 수입도 줄고 남편의 회사에도 차가운 바람이 감돌았다.

뭔가 해야 했다. 궁리 끝에 민씨는 소호(SOHO)사업에 도전키로 했다. 집에서 아기도 보면서 돈을 벌기로 작정한 것이다. 전공을 살려 CI(기업이미지 통합)에 나서볼까 했다. 그러나 IMF한파로 기업들이 여기에 돈을 쓸리 만무였다.

다행히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늘던 때였다. 그래서 웹사이트 구축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동안 꼭꼭 모아뒀던 5백만원을 사업자금으로 털었다. 이 돈으로 컴퓨터 1대와 프린터 1대를 샀다. 사무실은 자신의 아파트 작은 방이었다. 팩스 1대가 꼭 더 필요했으나 돈이 부족했다. 퇴직한지 2달 후였다.

아기도 보랴, 수주하랴, 웹사이트도 꾸미랴. 아무래도 혼자서는 무리였다. 그래서 디자이너 1명을 채용했다. 1백만원 짜리 웹디자인을 첫 수주했다. 한 지방대학의 홈페이지였다. 헐값이었다.

하지만 억척으로 나섰다. 아기와 함께 수주하러 다닐 때도 있었다. 배너광고 디자인도 건당 30만~50만원에 수주하는 등 돈 되는 일이면 앞뒤 가리지 않았다.

그 덕인지 디자인 감각을 인정받아 대기업 사이트도 수주하게 됐다.

LG전자.LG패션.동서식품.롯데리아.롯데닷컴.에스원.오리콤.제일기획.라이코스.네띠앙 등 홈페이지를 수주해 구축했다. 이 회사가 디자인한 사이트는 방문객이 7배로 늘어나기도 해 소문이 구전으로 퍼졌다. 98년 4월 자신을 얻어 5평 남짓한 사무실을 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강남의 1백 평 규모로 사무실을 확장했다. 그 동안 직원도 30여명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매출이 20억 원으로 성장했다.

디자인인스는 24시간 돌아간다. 여러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수행하다 보니 사무실에서 일하는 디자이너가 24시간 있다는 말이다.

그녀는 아직 휴가 한번 가본 적이 없다. 휴일에도 사무실에서 지내기 일쑤다. 아기를 위해 직장을 그만 뒀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더 회사일에 매이게 됐다. 민사장은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도 다닌다.

배우지 않으면 상전에서 이길 수 없음을 몸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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