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부동산 지표 믿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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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얼마 전 정부는 9월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52216가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8%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수도권만 따지면 26734가구가 인허가를 받아 1년 전보다 40%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같은 달 전국 아파트 신규 분양도 28000여 가구로 작년보다 20% 가까이 늘었답니다.

일부 언론은 이 지표를 보고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고 곧 회복할 것이라는바닥론을 폈습니다.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는 것은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는 겁니다.

9·10대책 시행 이후 미분양 아파트는 물론 일반 아파트 매매도 늘어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시장 상황이 나쁘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정반대 지표가 나왔습니다. 지난 9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이 398000여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3% 감소했다는 겁니다.

특히 서울·수도권 거래량은 1만4800여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50.3% 급감했습니다.

양도소득세 및 취득세 감면 혜택이 9 24일 이후 거래분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이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10월부터는 본격적인 거래량 상승세가 기대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 반짝 상승하는가 싶었는데 결과를 보니 신통치 않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10월 서울 주택거래량(신고일 기준) 3906건으로 전달(2118) 보다는 확실히 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4534)와 비교하면 14% 적습니다. 10월은 전통적인 성수기로 매년 거래량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올해는 취득세를 깎아주기까지 했지만 주택 거래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늘어났음에도 효과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경매시장 지표로 보면 침체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10월 서울·수도권 경매시장에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물건은 2918건으로 20011월 이후 11년 만에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습니다. 매매시장에 팔리지 않은 물건이 경매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한 겁니다.

집값은 떨어지고 경기 침체로 가계의 이자상환 능력은 줄어드는데 매매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니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이 많아진 겁니다. 그만큼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전세비율 높아졌는데 매수심리 악화

그렇다면 조금 이상합니다. 주택 인허가는 늘었는데, 주택거래량은 줄었습니다. 미분양이 팔리고 바닥론이 나오는 와중에 경매시장에는 물건이 넘칩니다. 도대체 어떤 지표가 현실을 더 잘 반영한 것일까요.

이런 엇박자 지표도 있습니다. 요즘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전세비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매매값은 떨어지거나 그대로인데 전세가만 오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10월 기준 전세비율이 서울은 52%, 수도권은 53.7%까지 높아졌습니다. 보통 전셋값이 뛰면 매수 심리도 조금씩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비싼 전세금을 대느니 차라리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닥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전세비율 상승세를 들어 매수심리가 살아나면서 집값이 곧 반등할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희한한 건 매수심리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0매수우위지수 26.9로 올해 월평균(31.6)보다 많이 낮습니다. 매수우위지수는 전국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산출되는데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매도세력이 매수세력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매수우위지수가 100보다 한참 떨어지므로 팔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가을 성수기임에도 올해 평균보다 좋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세비율 상승이 매수심리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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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곳곳에서 엇갈린 부동산 지표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장을 구성하는수요공급의 불일치가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시장에서 수요 측면 지표는 대부분 좋지 않습니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실질임금 하락추세 등으로 매수 심리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택 수요자들 대부분은 아직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듯합니다. 각종 주택 매수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는 나쁘게 나오고 거래가 안되는 건 이 때문입니다.

반면, 요즘 공급 쪽 지표는 일부 개선되는 게 나타납니다. 건설사들이 규제완화 기대감 등에 따라 공급을 늘리고 있는 겁니다.

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주택 인허가가 늘어난 것은 건설사들이 현재 시장이 좋아서라기 보다 앞으로 호전되길 기대하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물량에 대한 인허가를 진행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특히 지난달 서울 인허가 물량은 대부분 소형도시형생활주택입니다. 침체된 주택시장에서 그나마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너도나도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에 나서는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인허가 물량이 늘어난 것을 단순히 시장 회복 전조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한 대형건설사는 지난달 인허가를 받은 물량은 기존 추진하던 주택사업 계획에 대한 변경신청이었다고 합니다. 주택 크기를 팔릴만한 중소형중심으로 바꾼 게 인허가 물량에 잡혔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매수심리가 좋지 않으면 높은 전세비율이 매수세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전세비율이 아무리 높아져도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면 사람들은 집을 사지 않습니다.

전라도 광주 지역 아파트의 경우 전세비율이 평균 77.6%나 되지만 매수세는 별로 없습니다. 굳이 돈을 더 주고 사서 집값이 떨어질까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최근 엇박자 부동산 지표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시장의 어떤 측면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시장은 회복되는 것처럼, 혹은 침체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지금 시기는 단편적인 몇몇 지표로 시장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접근은 지금 가장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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