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위기직면설'…맹목 투자 삼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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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가 미국시장의 약세에 동조해 온 것과 달리 중국 주식시장은 한동안 승승장구, 투자자들의 이목을 받아왔지만 최근 나돌고 있는 위기설 등을 감안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 중 다수가 증시 상장을 추진하거나 상장 준비 중인 벤처기업(Pre-IPO) 대상의 투자 물색, 또 기관이나 일반투자가를 막론하고 맹목적인 증시 투자 경향을 보이고 있어 다수 기업들이 시장조사 없이 진출해 시행착오를 겪은 90년대 초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LG증권 상하이사무소의 신용민 소장은 9일 연합뉴스 회견에서 '대폭락 행진'을 해 온 중국증시가 ▲심각한 거품 ▲차스닥 시장개설 시기 불투명 ▲자본계정 불(不)개방 및 인민폐의 불완전한 태환 등에 따른 투자회수 어려움 등 3대 문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또 "한국 벤처캐피털들이 차스닥 개설에 대비해 상장 준비중인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물색 중이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선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돼 온 (선전증시의) 차스닥 개설 시기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뒤 "중국증시 현황에 대해 냉정하고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 투자에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증시의 주요 문제점들로 '심각한 거품'외에 "주가 상승이 대부분 경제나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H주)의 평균 주가수익률(PER)은 7.58인데 반해, 상하이와 선전(深<土+川>)증시에 상장된 동일 기업들의 평균 PER는 55-60(이상 8일 현재)을 기록(8일 현재)하는 등 같은 기업이 상장된 시장임에도 불구 이같은 차이가 날 만큼 거품이 심하다는 것이다.

또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 지표들은 외견상 좋지만 실제로 상장기업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못하다고 신 소장은 지적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회사인 캉자(康佳)전기와 IT기업의 대부격인 칭화즈광(淸華紫光)은 상반기 적자가 예상되는 등 상장 기업의 20%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금년 상반기 유상증자 실시 기업이 100여개며, 하반기 50여개 기업이 CB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7월26일-8월초까지 일주일간의 시장 공급 물량만 해도 85억 8천만위앤(약1조3천억원)으로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증시환경의 전반적인 악화로 사설 펀드형태의 '사모 기금'이 급속히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

중국증시는 지난 2월말 기존의 외화예금을 보유하고 있던 내국인에게 B주식 시장을 개방한 후 개방 전에 비해 4-5배가 오르는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내국인에 전면개방된 6월1일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5월말 상하이와 선전의 B주 지수는 각각 241.61과 445.83로 마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8일 현재 상하이는 41% 하락한 143.32를, 선전은 최고 대비 44%하락한 249.50를 각각 기록했다. A주 지수도 6월 중순 상하이가 2337.92, 선전이 697.7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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