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종범이니까 참는다"

중앙일보

입력

"어제 해태, 아니 기아 어떻게 됐어?"

"이종범이 안타를 두개나 쳐서 이겼데..."

"역시, 이종범이여."

요즘 프로야구 최대의 화두는 단연 이종범이다. 일본에서의 선수생활을 청산하고 복귀한 그는 지난 3일 SK전부터 주말 부산과의 경기까지 매 게임마다 안타를 뽑아내며 옛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기아의 연고지역인 광주에서는 그의 이름 하나 때문에 울고 웃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더더욱 흥미롭다.

택시안에서도 이종범에 대한 얘기는 이 지역 사람들의 기대와 열망을 고스란히 담아 에피소드로 묻어나왔다.

6일 오후. 광주시내에서 택시를 잡아 탄 뒤 택시기사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야구가 화두로 올랐고 어느새 대화의 주제는 기아 타이거즈에서 이종범으로 건너가고 말았다.

택시기사는 이날 아침 자신의 택시에 탄 손님중 한분과 있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손님은 무등산 산장 입구에 있는 두암동 대주빌라 **동 2층에 살고있는 40대 중반의 남자였단다. 이 곳은 광주지역의 제법 있는 사람들이 사는곳이라고 하면서.

지난 주말 이른 아침. 꿀맛같은 단잠에 취해 있던 그는 아침부터 "윙~윙~"하는 소리에 그만 몸을 일으키고 말았단다. 그러려니 하고 다시 누워 잠을 청했지만 "윙~윙~"하는 소리는 더욱더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고 한다.

이웃지간이라 왠만하면 참고 넘기려 했지만 이건 너무한다는 생각에 그만 참지 못하고 잠옷바람으로 밖으로 달려 나갔단다. 소음을 일으키고 있는 곳은 그의 집 바로 아래층이었다는데 1층엔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무리 공사를 해도 그렇지.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소란을 피면 다른 사람들은 어쩌라고 그러십니까?"

날 좀 밝아진 뒤 시작해야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냐며 따지던 그였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들어올련지 모르겠지만 조금 맘에 안드는군요."

"과연 그럴까요? 이곳에 이종범 선수가 이사 온다고 해 저희가 급히 수리에 나서는 통에 아침부터 소란을 피웠군요. 이게 죄송하게 됐습니다."

"누구요? 좀전에 이종범이라고 했소?"

"네, 야구선수 이종범이요."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저 역시 그의 팬이니... 이사오면 싸인볼이나 하나 달래야겠네요."

그러면서 그는 마음좋게 발길을 돌렸단다.

만약 이종범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분명 사이좋은 이웃사촌이 되긴 힘들었을 게다.

무등골에서 '이종범'은 이웃간의 불편함도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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