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노사합의안 싸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농협이 축협과의 통합 이후 옛 농협 직원들의 호봉을 올려주는 등 처우개선을 약속하자 농민단체들이 이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8일 농협과 농민단체들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 7월26일 타결된 노사합의에서 옛농협 직원들의 호봉을 8월중 11개월치씩 승급조정하고 4급 이하 직원에 대해 100%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직원들의 임차보증금 지원한도를 4천만~4천500만원에서 6천500만원으로 늘리며 격년으로 지급하던 여직원 피복관리비 20만원을 매년 지급으로 바꾸고 유치원 보조비 5만원은 7만원으로 증액하도록 했다.

이외에 의료비 보조금 지급한도도 300만원 이던 것을 500만원으로 늘리며 부모회갑 등 경조금 지급금액도 10만원씩 올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 대표들은 농협중앙회 직원의 임금이 다른 금융기관 임금보다 높은 상황에서 다시 이처럼 복지혜택을 늘린 것은 농협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한국낙농육우협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와 농단협 소속 농민단체장들은 이날 농림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노사합의는 농민의 이익을 무시한 것으로 농민단체들이 더이상 농협개혁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농민단체 대표들은 "2000년 농가소득이 97년에 비해 1.8% 감소하고 농가부채는 55.3%나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같은 노사합의는 경악을 금할 수 없는 반농민적 행위"라면서 "농협은 이번 노사합의를 즉각 철회하고 농협중앙회 임원과 노조집행부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농협측은 농.축협 통합 과정에서 옛 농협직원들의 호봉인상은 어쩔수 없는것이었으며 직원들의 생산성이나 다른 금융기관과의 급여수준을 비교했을 때 결코 높은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 축협에 비해 상대적으로 승급이 느렸기 때문에 통합 이후 같은 연수를 근무한 직원을 비교했을 때 옛 농협 직원의 호봉이 1년 가량 낮았다"면서 "이를 조정하기 위해 승급을 했으며 그나마 비노조원인 3급 이상 직원은 승급분을 반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에 합의한 여직원 피복비나 유치원 보조금도 다른 금융기관의 복지수준에 맞춘 것"이라면서 "농협은 농민과의 특수관계가 있기 때문에 절대 다른 금융기관에 앞서서 복지수준을 개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 주종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