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공연 정보지, 화려한 치장 빈곤한 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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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친구' (예술의전당) '문화공간' (세종문화회관) '미르' (국립극장) 등 주요 공연장에서 발행하는 회원용 월간 정보지가 점점 사치스러워지고 있다.

고급화 추세에 일찍부터 앞장 선 것은 '아름다운 친구' .8월호의 경우 99쪽 중 23쪽을 외제 고급제품 광고로 채웠다. 전면 컬러 인쇄에다 고급 아트지로 꾸몄다. 무가지(無價誌) 이지만 광고수입이 짭짤한 '노블레스' '오뜨' '네이버' 등 멤버십 매거진을 방불케한다.

자칫 예술이 부유층들의 전유물인 것 같은 인상을 주지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내용 면에서도 기획 기사 뿐만 아니라 광고 형식을 빌어 자체 제작하거나 공동 주최하는 이벤트를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반해 대관공연에 대해서는 제목.일시.장소만 소개할 뿐 연주곡목은 아예 빠져있다. 관객이 바라는 다양한 공연정보는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다.

몇 안되는 기획공연으로 공연장 이미지를 제고하고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려면 지면이 점점 화려해질 수 밖에 없다.

예술의전당 홍보마케팅팀은 1만5천부 발행되는 '아름다운 친구' 의 제작비로 매월 지급하는 제작비는 8백만원. 나머지 제작비는 디자인회사에서 유치한 광고료로 충당한다.

이에 반해 '문화공간' (96쪽) '미르' (50쪽) 는 광고가 많지 않아 제작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라고 공연 정보지가 화려해서 나쁠거야 없지만 제작여건이 쉽지 않은 바에야 정보제공이란 본래 목적에 좀더 다가가는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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