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300] 히딩크호 16강은 시간과의 싸움

중앙일보

입력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홍콩에서 열린 칼스버그컵대회를 시작으로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지 7개월이 채 안됐지만 한국 축구의 숙원을 풀어 줄 2002 월드컵대회는 어느덧 30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내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이 걸린다는 것이 축구인들의 견해로 볼 때 히딩크 감독은 300일 안에 이같은 성과를 올려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선진 네덜란드 축구의 기술을 전수해 줄 것으로 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히딩크 감독은 그동안 흙속에 묻혀있는 진주같은 선수들을 찾기 위해 기존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해왔다.

7개월 남짓한 기간 대표팀은 카메룬과의 친선경기를 비롯해 4개의 국제대회에 참가, 6승2무3패라는 성적표를 남겼다.

이 성적표를 놓고 `성공이냐 실패냐'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말할 축구전문가는 없지만 3패를 모두 유럽팀에 당했다는 점에서 '한국이 힘과 기술, 스피드를 겸비한 유럽팀을 넘기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10일 폐막한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 개막전에서 세계 최강 프랑스에 0-5로 참패한 뒤 예선탈락한 것은 한국축구의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히딩크가 부임한지 초기에는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는 듯 보였지만 중간평가라 할 수 있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는 과거 월드컵에 출전했던 황선홍, 유상철, 홍명보 등을 주요 포지션에 기용해 빈약한 선수층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축구가 할 일은 유럽 강팀들과 끊임없이 맞붙어 자신감을 쌓고 이들을 이길 수 있는 전술,전략을 하루 속히 세우는 일이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를 위해 오는 6일 유럽전지훈련을 시작으로 평균 1달에 1번꼴로 대표팀간경기(A매치)를 치른다는 계획으로 빡빡한 일정을 잡아놓고 유럽공포증을 벗어나겠다는 각오다.

대표팀이 월드컵 개막전까지 치를 A매치는 16-18차례.

우선 6일부터 실시하는 유럽전지훈련에서는 동구권의 강호 체코와 맞붙게 되며 11월에는 포르투갈과 독일, 12월에는 미국과의 경기 스케줄이 잡혀있다.

9월과 10월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모로코나 세네갈 등을 불러들일 계획이다.

또한 월드컵 개막이 코 앞에 닥치는 내년에는 더욱 바빠진다.

내년 1월과 2월에는 남미전지훈련을 병행한 친선경기와 북중미골드컵대회에 출전하며 98년 월드컵대회에서 한국에 참패를 안겨준 네덜란드와 2차례, 프랑스와 1차례 평가전을 갖고 조직력을 최종 점검하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축구협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축구계에서는 히딩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히딩크가 월드컵을 300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아직까지 베스트멤버와 전술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것.

유럽전지훈련을 앞두고 지난 달 말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도 새로운 선수를 테스트한다는 명목으로 처음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축구계에서는 `언제까지 테스트만 할 것이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스리백이냐 포백을 오가는 수비라인 구성에 대한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축구인들은 '다른 포지션과 달리 수비는 조직력이 생명인데 수비라인이 확정되지 않으면 선수들에게 혼란만 일으킬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수비 포메이션은 상대 전술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수비수를 3명 세우냐 4명 세우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선수 기용에 대해서도 히딩크는 '선수는 실전 경험이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도 경기를 뛰지 않는 선수는 기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결국 한국축구의 숙원인 월드컵 16강 진출은 다양한 실험을 고집하는 히딩크가 얼마남지 않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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