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환자 10명 중 1명은 자살 생각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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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환자 10명 중 1명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으로 삶의 질이 떨어져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선은 팔꿈치나 무릎, 엉덩이, 두피 같이 몸 곳곳에 작은 좁쌀 같은 붉은 발진이 생기면서 그 부위에 비듬같은 피부 각질이 겹겹이 쌓이는 만성 피부병이다. 우리 몸의 면역학적 이상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로 10~30대의 젊은층에게 주로 발병하는데 특히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개 가을과 겨울에 증상이 악화되고 여름에 호전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들 건선환자는 자살충동,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뿐만 아니라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같은 합병증 위험도 높여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건선학회(회장 이주흥)는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건선환자 217명을 대상으로 건선환자의 삶의 질 전반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건선환자의 9.7%는 자살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또 실제 급성 자살충동으로 이어진 경우도 5.5%에 달했다. 또 건선 환자들은 건선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증, 자살충동 등의 정신장애 발병률이 각각 39%, 31%, 44%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거듭된 연구결과 건선이 단순한 피부병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선학회에 따르면 건선은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고혈압, 죽상경화, 심근경색, 심부전)과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한림대학교병원에서 건선 환자 197명과 대조군 4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선 환자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17.8%(35명)으로 대조군 11%(44명) 보다 6% 이상 높았으며, 심혈관 질환 유병률 역시 건선 환자가 4.6%(9명)으로 대조군 1.7%(9명) 보다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흥(삼성서울병원 피부과) 대한건선학회 회장은 "건선 환자의 당뇨병 유병률은 21.4%로 건선이 없는 대조군(6%)보다 3배 이상 높았다"며 "고혈압 유병률도 대조군의 17%보다 훨씬 높은 29.8%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건선에 대한 오해로 사회적 거부와 편견도 논란이 됐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건선 환자의 26.3%(137명 중 36명)가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거부 당한 경험이 있었으며, 환자들의 72%(104명 중 75명)가 수영장 입장 거부, 대중목욕탕 입장 거부(64%, 104명 67명), 운동 시설 입장 거부(40%, 약 42)등 직접적인 사회적 거부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의 삶의 질 척도를 이용해 건선환자와 일반인의 삶의 질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인 삶의 질, 심리적 안정, 사회적 관계 정도에서 건선 환자들(n= 71)이 일반인(n= 29) 대비 훨씬 낮은 점수를 보였다. 건선 환자의 삶의 질 점수는 75점, 일반인의 삶의 질 점수는 86점으로 건선 환자의 삶의 질 점수는 일반인 보다 11점이나 낮았다.

서울 아산병원 피부과 최주호 교수는 "건선은 전염성 피부 질환이 아닌데도 상당수가 병변의 형태나 모양을 보고 전염성 질환으로 오해하면서 환자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켜 질환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선에 대한 인식부족은 초기 치료 실패로 이어진다. 지난 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2011 전국 건선관련 진료실인원 현황’ 에 따르면, 국내 건선 예상 환자는 약 150만 명이다. 이 중 병원에서 건선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약 23만 명(전체 건선 환자 중 15.3%)에 불과했다. 건선 환자 10명 중 1.5명 만이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이다.

이 회장은 "건선환자 치료율이 낮은 것이 건선 질환에 대한 질환 인식이 매우 낮은 것도 원인이지만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에 가기보다는 자가치료를 먼저 시도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선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대표적인 만성 피부 질환"이라며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많은 환자가 이해 부족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 무엇보다 증상 초기에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건선학회는 건선의 바르게 알기를 주제로 11월 한달동안 '건선 바르게 알기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기간 전국의 주요 병원에서는 건선을 주제로 한 무료 건강강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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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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