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교육 안 받곤 내달부터 이혼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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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5년째인 A씨(45) 부부는 지난 5월 협의이혼 절차에 들어갔다. 친권자 지정 등 법적 절차는 모두 합의했지만 걸림돌이 남았다. 아내 B씨(40)가 남편 A씨의 면접교섭(이혼 후 자녀를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B씨의 태도가 바뀐 것은 법원의 ‘자녀양육안내’ 교육을 받은 뒤였다. 법원의 가사조사관은 이혼 후라 해도 부모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자녀에게 부모가 존재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성장 후에도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결국 B씨는 한 달에 두 번씩 아이가 아버지를 만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는 가사조사관에게 “내 감정만 앞세우다 보니 아이까지 아버지를 미워하길 바랐던 것 같다. 잘못을 일깨워줘 고맙다”며 감사를 전했다.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를 둔 협의이혼 당사자들이 ‘자녀양육안내’ 교육을 받아야만 이혼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지침을 11월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자녀양육안내’란 ▶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자녀의 정서 안정을 위한 고려사항 ▶이혼 후 부모의 역할 분담 등에 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전문가로부터 교육받는 것이다.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양육비, 이혼 후 자녀의 복지 등에 관한 설명과 함께 당사자들 간의 협의도 도와준다. 2008년 각 가정법원에서 협의이혼 때 ‘부모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해 왔지만 권고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새 지침 시행 이후엔 반드시 교육을 마쳐야 3개월간의 이혼숙려기간이 시작된다.

 교육을 받지 않으면 숙려기간이 시작되지 않아 이혼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이혼 당사자들은 숙려기간 내에 ‘자녀 양육에 관한 협의서’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법원은 숙려기간이 끝난 뒤 ▶이혼의사가 합치하는지 ▶자녀양육 협의서가 적절한지 등을 판단해 확인서를 교부한다. 이 확인서를 첨부해야 관할구청이나 주민센터에 이혼신고를 할 수 있다.  

 서울가정법원 임종효 공보관은 “숙려기간 제도가 이혼 당사자들의 신중한 판단을 위한 것이라면 자녀양육안내는 이혼가정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것”이라 고 말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협의이혼 건수는 12만6000여 건으로 10년 전보다 2.6배 정도 증가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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