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SW, 1초 단위로 컴퓨터 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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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나 부모, 혹은 고용주가 몰래 당신이 방문하는 사이트, 당신이 읽는 이메일, 심지어는 비밀번호까지 감시하는 등 컴퓨터 이용 상황을 염탐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실제로 이런 엿보기를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값도 비교적 싸고 사용하기도 쉽다. 그래서 컴퓨터의 사생활 보장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인터넷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동거중인 한 여성은 남자친구가 웹에서 다른 여자를 만날까 걱정한다.

남자친구가 염탐 당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신원 공개를 거부한 이 여성은 "그가 여자들과 통화를 했던 적도 있어 정말 걱정이 됐다. 그리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방문 목록을 조사해보고 그가 미혼자 사이트에 가서 여자들의 프로파일을 보고, 포르노사이트에 가고, 채팅을 하고, 여자들에게 쪽지를 보내는 지를 알아보려 했다"며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그가 자판으로 무엇을 쓰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어디를 방문했고 무엇을 보았는가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이때 스펙터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를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일단 설치되면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컴퓨터 화면을 초당 한장 정도씩 찍어 둔다. 이 여성은 지금 남자친구의 웹 항해와 이메일, 그리고 채팅까지 감시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가정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았다. 한 장난감 상점 주인은 직원들의 의심스러운 행동을 발견하고 나서 직장 컴퓨터에 스펙터를 설치했다.

그는 "내가 들어가면 직원들이 컴퓨터의 윈도 창을 닫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이 일은 하지 않고 인터넷을 떠돌았던 것이다. 게다가 더 나쁜 짓까지 일삼았다.

그는 "일부 직원들은 업무시간에 회사의 회계 시스템을 해킹해 매출이 얼마인지, 무슨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내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직원들에 대해서 다른 세세한 사항들까지 알게 됐다. 그는 "때로는 알게 된 사실들 때문에 겁이 난다.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상점 주인에 따르면 그는 개인적인 은행 거래 내역서나 비밀번호 같은 정보는 못본 체 했다고 한다.

사생활 침해 우려

이 소프트웨어가 사생활 보호법들을 침해하는가? 마크 래스크 변호사에 따르면 이번 같은 경우에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상점 주인은 직원들을 고용할 때 이러한 감시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래스크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회사 컴퓨터를 이용하면 감시에 동의하는 것''이라는 정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자친구를 감시한 여성의 경우는 어떤가?

그녀는 "나는 이 컴퓨터가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것을 샀고 따라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권리가 있다. 내가 그를 감시한다고 말했다. 단지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세부적으로 감시하는지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래스크에 따르면 아무리 자신의 컴퓨터라 해도 이를 사용하는 다른 사람이 감시당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법률 위반이 될 수 있다.

래스크는 "연방법안에 따르면 타인이 당신의 전화나 컴퓨터를 사용할 때 그 내용을 감시할 권리를 가졌다고 할 수 없다. 일단 대화당사자중 한쪽의 동의는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몇몇 경우에 있어서 주법률은 양측의 동의를 모두 요구하는 등 더 엄격하게 적용되기도 한다. 스펙터소프트 사장 도우그 포울러는 "우리 회사의 허가 정책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허가 협정에 따르면 스펙터가 있는 컴퓨터를 사용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공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부담의 가치?

그러나 포울러는 사람들이 속임수를 쓰는 배우자나 아이들의 행동을 감시하는데 사용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배우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직원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이웃이나 경쟁자, 혹은 인터넷에서 채팅을 했던 사람을 감시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장난감 상점 주인은 그의 아들을 몰래 감시하는데에도 스펙터를 사용한다.

그는 "16살된 양아들이 포르노를 보고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안되는 것들을 말한다. 나는 이를 미리 방지했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모가 아이들을 스펙터를 이용해 염탐하는 것은 불법인가?

래스크는 이에 대해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말한다면 아이를 감시하는데 동의할 수 있다. 내 아이의 메일을 보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불법인가. 그러나 연방법은 예외를 두지 않는다. 내가 다른 사람의 동의없이 또는 한편의 동의없이 이들의 대화를 엿들었다면 연방법을 어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펙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의 평화는 이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게끔 만든다.

남자친구를 감시하고 있는 이 여성은 "이것은 사실 좋은 일이다. 나로 하여금 그에 대한 신뢰를 쌓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Ann Kellan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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