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이테크산업 침체 본격 가시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의 하이테크 산업은 불과 한해 전만 해도 이 나라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문가들이 29일 지적했다.

이들은 후지쓰와 NEC, 소니 및 마쓰시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주요 하이테크 기업들이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가운데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이렇게말했다. 더욱이 이런 침체가 6개월 아니면 1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후지쓰는 지난 4-6월 554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의 133억엔 손실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내년 3월말까지의 2001회계연도 전체로는 손실이 기록적인 2천2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후지쓰는 경비 절감을 위한 감원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를 위한 특별 비용으로 3천억엔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단행될 감원 규모는 수천명에 달할 전망이다.

NEC도 상황이 나쁘다. 오는 9월까지의 매출 전망을 무려 80%나 줄였다. 4-6월의순익도 8억엔으로 한해 전에 비해 72%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세계 2위의 반도체 메이커인 NEC는 스코틀랜드 공장의 감원과 함께 전세계 인력상황 재고에 들어갔다.

후지쓰와 NEC의 경우 전세계적인 반도체 재고 급증에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소니는 비디오게임시장 위축 등에 타격받아 2001회계연도의 예상 매출을 40% 줄였다. 인건비도 200억-250억엔 줄일 예정이다. 또 원자재 비용은 15%, 판촉 및 관리비도 이번 회계연도중 10%를 줄인다는 목표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그간 소니를 애용하는 수요가 보다 값싼 제품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의 가전시장 전문가인앨런 벨은 "소니가 이 때문에 인원을 더 줄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NP 파리바의 요네자와 마사유키 수석연구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버티었던소니도 이제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타격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면서 "소니가 이럴진데 다른 브랜드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마쓰시타 커뮤니케이션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매일반이다. 지난 4-6월중 45억엔의 순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적자가 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해외 생산은 물론 국내 라인도 감축해야할 처지다.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게될 전망이다.

HSBC 증권의 개리 에번스 연구원은 "일본 하이테크 기업들이 속속 매출 전망을하향조정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상황이 현재 무척 나쁘다"고 지적했다.

오카산 증권의 기술시장 전문가인 구보타 가즈마사는 "문제는 일본 경제가 그나마 기대했던 하이테크 부문마져 침체에 빠졌다는 점"이라면서 "이것이 최소한 6개월,길게는 1년 더 계속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하이테크 부문이 회복되려면 "빨라야 내년 하반기나 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 AFP=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