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의 핵심은 '미국의 야심'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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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 비판적 지식인으로 불리는 노암 촘스키가 중동 문제, 특히 일간지 국제면을 수시로 채우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문제에 대해 예의 그 날카로운 시각을 들이댄 책이다.

『숙명의 트라이앵글』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중동문제의 숙명적인 3각점에는 당사자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외에 미국이 포함돼 있다.

그의 저작이 대부분 비판의 창 끝을 거대 제국주의적 권력인 미국에 들이대고 있는 것처럼, 이 책 또한 중동문제의 한 켠에 은밀하게 내재해 있는 미국의 야심과 모략을 해부한다.

이 책은 1983년 처음 출간됐지만 이후 지속적인 증보를 거쳐 99년에 다시 나온 책을 번역한 것이다. 내용은 크게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째가 이스라엘이라는 '대리인' 을 내세워 자신으로서는 직접 다루기가 다소 성가신 중동문제를 풀어가려는 미국의 속셈, 둘째가 중동문제를 둘러싼 미국 내의 정치가.미디어.지식인이라는 또 하나의 삼각(트라이앵글) 결합이다.

촘스키는 이스라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태의 이면에 '팔레스타인의 폭력' 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미국, 나아가 서방세계의 일반적 시각을 반박한다.

사태의 본질은 이스라엘의 무모한 점령지 확장정책과 팔레스타인인을 포함한 전체 아랍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인종차별적 정책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스라엘 사태가 거대 아랍권이 일개 유대주의를 상대로 벌이는 이른바 '다윗과 골리앗' 의 싸움이라는 생각도 뒤집어서 생각해 줄 것을 촉구한다.

촘스키는 이스라엘 지지자들을 '도덕적 타락과 궁극적 파괴의 지지자' 라고 지칭한다. 이들은 중동사태의 이면에 숨어 현실이 거꾸로 뒤집혀 인식될 수 있도록 전체 국면을 호도하는 미국.이스라엘의 정치가와 언론, 그리고 지식인들이다. 저자의 집중적인 비판 대상이다.

책은 사실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하지만 종횡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태의 중심을 헤쳐가는 촘스키의 시각이 만만찮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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